(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의 급진적인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가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네브래스카주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주 명예의 전당 집행위는 13일(현지시간) 표결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집행위는 "맬컴 엑스는 어릴 적 얻은 교훈과 지적 능력, 헌신적 태도와 인내심을 발휘해 평생 미국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싸움에 앞장섰다"며 "그의 업적과 그의 유산은 세계 시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면 주 의회에 청동 흉상이 제작돼 오랜 기간 후대에 이름이 기려진다.
주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네브래스카에서 태어나 거주하는 동안 이름을 널리 떨치는 등이 조건을 갖춰야 한다.
맬컴 엑스는 1925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침례교 설교자의 아들로 태어나 '맬컴 리틀'이라는 이름으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의 가족은 이곳에서 백인 우월주의 조직 '쿠 클럭스 클랜'(KKK)의 핍박을 받았다. 그의 삼촌이 린치를 당해 사망하기도 했다. 그의 가족은 결국 KKK를 피해 밀워키로 이주해야 했다.
불우한 환경에서 방황하던 그는 스무 살 때인 1945년 보스턴에서 강도 혐의로 체포돼 7년에 가까운 형을 살았다. 이 수감 생활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맬컴은 감옥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리틀'이라는 성을 버렸다. 처음에는 '샤바즈'라는 성을 쓰다가 다시 '엑스(X)'로 성을 바꿨다. 기존의 성 리틀은 백인 노예주가 붙였다는 이유로 버려버렸다. 엑스는 흑인이 노예가 되기 전 아프리카 조상의 본래 미지의 성을 의미했다.
이후 그는 급진적 성향의 '네이션 오브 이슬람' 성직자가 돼 흑인들을 향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백인의 압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화려한 언변과 왕성한 활동에 힘입어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교세는 날로 확장됐지만 이후 그는 이 조직과 결별한 뒤 흑백 분리를 주장하는 등 급진적 성향을 보였다.
그러던 중 여러 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고 1965년 2월 뉴욕 할렘가에서 연설하는 도중 총 십여 발을 맞고 살해당했다.
그는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 고향의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됐으나 백인들의 편견 등으로 입성에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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