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환점이냐' 질문에 "장기전이라 답변불가"
러군 무기·병력 아직 많고 전장 밖 경제전쟁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가 최근 북동부 하르키우주를 깜짝 수복하는 등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전쟁 전체의 승기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13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전환점'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꺼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전이 전환점에 이르렀느냐는 말에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하기 힘들다"며 "우크라이나가 의미 있는 진군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전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최근 선전 의미는 나중에 장기전이 끝난 뒤 결과론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날 밝혔다.
서방의 다른 관리도 "작전이나 심리에서 활력을 얻는 시점인 것은 맞지만 전환점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중론은 민간 군사전문가의 진단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남부에서 영토 5분의 1 정도를 점령하고 있는 데다가 무기, 병력도 소진되지 않았다는 게 주요 근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축배를 들 때가 전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최상급이 아닐 뿐이지 이번 사태에 투입할 전차, 트럭, 병력이 아직 많다"고 설명했다.
전장 밖에서 펼쳐지는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을 전쟁 전체의 국면을 파악하는 데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브리드러브 전 사령관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차단 때문에 유럽이 올겨울에 더 추워져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난제로 지적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군대가 전장에서 타격을 받더라도 유럽 응집력을 흩트리는 데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그의 큰 희망은 이제 유럽인과 유럽 정치 지도자를 갈라치는 데 있고, 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해 전쟁자금 조달을 막는 데 주력한다.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 공급을 감축해 에너지난, 고물가에 따른 민생고, 사회 불안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전쟁 대응을 둘러싼 유럽의 여론은 서방이 단일대오를 이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브리드러브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서방에서 무기를 제대로 지원받는다면 수복지를 다시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장기전을 대비해 미래를 염두에 두고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P통신은 소규모 우크라이나 병력에 특정 무기를 다룰 수 있도록 가르치는 현재 방식을 떠나 더 큰 우크라이나 부대가 격렬한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방식을 미국 고위 국방관리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