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권 '제2전장' 불붙나…아르메니아·아제르 또 무력충돌

입력 2022-09-14 14:51  

옛 소련권 '제2전장' 불붙나…아르메니아·아제르 또 무력충돌
"양측서 약 100명 사망"…국제사회 중재 시도 속 러 영향력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2년 전 전쟁을 치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새로운 무력 충돌로 양측에서 약 100명의 전사자가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이어 옛 소련권에서 제2의 전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깨진 옛 소련권의 안보 질서가 '캅카스의 화약고'로 불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전면전으로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충돌이 불거진 뒤 휴전을 중재했던 러시아의 영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12일 저녁(현지시간)부터 13일 새벽에 걸쳐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발생한 교전 사망자는 현재까지 약 100명으로 파악됐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자국 군인 49명이 전사했다고 밝혔고,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자국군 5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에서 약 100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이번 무력 충돌은 2년 전 양국의 전면전 이후 최대 규모 교전이다.
옛 소련 구성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 2020년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전면전을 벌였다.
양국은 아제르바이잔 국경선 안으로 들어가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서로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1994년에도 무력 충돌을 벌인 바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전쟁에서 친(親)아르메니아계 자치 정부가 장악하고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대부분 지역에서 아르메니아 세력을 몰아내고 해당 지역을 장악했다.
양측 교전으로 약 6천600명이 사망한 이 전쟁은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일단 마무리됐다.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5년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2천명 규모의 평화 유지군을 배치했다.
이후로도 이 지역에는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되다가 이번에 또다시 대규모 희생자를 낳은 무력 충돌이 불거진 것이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각자 발 빠르게 외교전을 펼치며 지원 확보에 나섰다.
아르메니아 총리실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개입을 요청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또 다른 지역 강자이자 전통 우방국인 튀르키예(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도움을 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일단 양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모든 문제를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주 우즈베키스탄에서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각각 캅카스 지역 담당 특사들을 분쟁 지역으로 파견해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충돌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옛 소련권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한 가운데 불거졌다.
아르메니아의 지역연구센터 소장 리차드 기라고시얀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의 유약함이 드러난 것이 이번 사태의 동인"이라면서 "아제르바이잔이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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