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7%↑…전월 7.4% 상승 대비 오름세는 둔화
연말엔 물가상승 100% 예상…대책 요구하는 시위도 봇물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이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IPC)가 1년 전보다 78.5%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30년 전 1992년 1월(76%)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로, 올해 들어 8개월간 56.4% 상승률을 기록했다.
의류 및 신발(9.9%), 각종 서비스(8.7%), 주거시설유지보수비(8.4%), 식품 및 음료(7.1%) 등의 상승 폭이 물가지수 상승을 견인하면서 8월 한 달동안 물가가 7% 올랐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전문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시장기대조사(REM)에 따르면 연말 물가상승률은 94.5%로 전망됐다. 일각에선 연말에 최고 세 자릿수 물가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8월 물가상승률은 7%로 여전히 높으나 20년 만에 월 단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7.4%)에 비해서 오름세는 다소 둔화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 온라인 매체 이프로페시오날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는 최근 경제장관을 두 번 교체하였으며, 8월 초 전 하원의장 세르히오 마사가 경제장관으로 부임한 후,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 이행을 위한 정부 에너지 보조금 삭감 등 각종 긴축 정책으로 인한 요금 인상이 9월에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 연말까지 4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 월 최소 5.5%의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물가상승 대책의 일환으로 현재 기준금리 69.5%를 최소 5% 포인트 정도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5일 이사회를 소집한 후 9번째 추가금리 인상을 이행할 것이라고 인포바에가 전했다.
엘리사베스 바시갈루포 경제학자는 "연말 물가상승률 예측은 95%에서 100% 사이이지만, 자료가 올라올 때마다 100%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는 이미 아르헨티나가 높은 인플레이션 체제에 속해있으며, 지난 7월 초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의 돌발 사임으로 발생한 불확실성 속에서 가격의 재평가(Repricing) 현상이 8월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파른 물가상승률로 인해 생활고가 심해진 시민들의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급여가 살인적인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서 사망했다는 '급여의 사망'을 애도하는 모의 장례 시위까지 일어났다.
아베야네다 지역에서 의류도매업에 종사하는 김모 씨는 "경제위기라고 해도 지난 6월까지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7월 초 구스만 경제장관 사임으로 인한 급격한 비공식 달러 환율 급등 이후, 시장에 돈이 전혀 돌지 않는다"며 "늦어도 9월부터는 봄ㆍ여름시즌이 시작돼 바빠야 하는데 손님이 전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인 교민들 대다수가 종사하는 의류업은 지난 1년 물가상승률이 100%를 상회해 가장 많이 오르고 반대로 판매는 지난 8개월간 15.9%나 하락한 분야라서 한인 교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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