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위 대만정책법안 의결…5조8천억원 군사지원 내용도 포함
'대만 정책 대전환'에 백악관은 부정적…실제 통과 여부는 불투명
(워싱턴 베이징=연합뉴스) 강병철 조준형 특파원 =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대만 정책을 탈피해 대만을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 외교위를 통과했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백악관도 물밑에서 수위 조절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 원안대로 상·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상원 외교위는 14일(현지시간) 오후 대만정책법안을 의결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당·뉴저지주)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원이 제출한 대만정책법안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17표 대 반대 5표로 가결됐다.
지난 6월 제출된 법안의 원안은 대만을 한국과 같은 수준인 비(非) 나토(NATO)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45억 달러(약 5조 8천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시행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에는 대만을 적대시하거나 대만에 위협을 초래할 경우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 관리를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메넨데스 의원은 회의에서 "미국은 중국과 전쟁이나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것을 명확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기반한 미국의 대만 정책이 사실상 폐기된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관계법을 토대로 대만의 자체 방어를 지원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백악관은 나아가 법안이 통과되면 대만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권이 의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행정부 내 입법 담당자들이 의회와 법안에 대해 논의 과정에 있다"면서 "그것은 (의회에서) 제안된 법안이기 때문에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는 대만에 대한 지원과 관여를 심화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일주일여 전에 대만에 대한 10억달러(1조3천9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가 발표됐는데 이는 대만에 주로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에드워드 마키(민주당·매사추세츠주) 의원은 회의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이 수정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 본회의 표결 전에 법안을 수정하는 문제에 대해 메넨데스 의원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외교위에서 처리된 대만정책법안이 시행되려면 상원 및 하원 통과,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의회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데다 바이든 정부도 이 법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중국은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며, 법제화할 경우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법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을 위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법과 국제 관계 기본 준칙에 위배되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낸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엄정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한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해당 법안의 심의가 추진되고 심지어 의회를 통과해 법률이 되면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극도로 크게 흔들 것이며, 중·미 관계와 대만 해협의 평화·안정에 극도로 엄중한 후과를 조성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 측이 법안 심의를 중지하기를 강력 촉구한다면서 "중국 측은 법안의 진행 상황과 최종 결과를 지켜보며 일체의 필요한 조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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