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 위원회, 철거·1천여건 이름교체 등 시정 권고
의회·국방부 승인해야 발효…인종차별 반대운동 확산 속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를 상징하는 동상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철거하자는 권고가 미국 국방부 산하 명명위원회로부터 제기됐다고 AFP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명명위 부위원장인 타이 세둘 준장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 군함 등 미군 소유 재산 약 1천 건의 이름을 바꿀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최종 활동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철거 대상으로 지목된 '남부연합 기념비'는 1914년 제작된 것으로 현재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 놓여 있는데, 꼭대기에는 한 여성이 올리브 잎사귀 관을 머리에 쓴 모습의 동상이 올라서 있다.
기념비 받침대에는 여러 인물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데, 이 가운데 몇 가지가 19세기까지 미국 남부에서 만연했던 노예제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세둘 부위원장은 "기념비에 '행복한 노예' 두 명의 모습이 있는데, 이는 무시무시한 노예제의 본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며 "노예가 행복했다는 것은 신화이자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명명위는 알링턴 묘지에 서 있는 남부연합 군인들의 동상들은 그대로 두기로 판단했다.
위원회의 제안은 의회와 국방장관이 승인해야 발효된다. 최종 보고서에 담긴 전체 작업을 완료하려면 총 6천200만 달러(약 864억5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위원회는 지난 5월에는 과거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육군기지 '포트 브래그'를 '포트 리버티'로 바꾸는 등 9개 기지의 명칭 변경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0년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에 의해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흑인 인권에 대한 요구가 들끓었고, 이를 계기로 노예제를 옹호했던 이들의 이름을 딴 군기지 명칭 변경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의회에서 재의결되는 등 인종주의 청산 의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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