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속도 너무 가팔라…외국인 '셀 코리아'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투자심리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채새롬 홍유담 이미령 기자 = 미국 통화당국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움직임 속에 원/달러 환율이 22일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1,400원 돌파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과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증시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 "킹달러가 문제…환율, 연말까지 더 올라갈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해 미국 기준금리는 연 3.00∼3.25%로 올라갔다.
이날 개장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국내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제시한 전망치 1,360원과 비교해 너무 빨리 단기급등(오버슈팅)하고 있다"며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확대도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금리가 하락할 여지가 많지 않고, 근원 물가가 꺾이기 쉽지 않아 연준은 강한 긴축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원화 약세 요인이 있다기보다 달러가 초강세인 것이 문제인데,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만큼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려워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금리인상에 올인하려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의지로 달러화 초강세 현상은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다른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번 9월 FOMC 회의 결과로 해소되기 어려워지면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지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박 연구원은 "유럽 리스크도 킹 달러의 원인"이라며 "러시아가 일부 군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전쟁 양상이 더욱 불확실해질 공산이 저켜 유럽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환율이 지금처럼 올라가는 건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라며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환율은 1,400원대에 안착하기보다 현 가격대에서 연중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돼가는 단계여서 달러는 더 오르지 않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흐름 자체는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외국인 셀코리아…"금리도 큰 변수, 코스피 더 하락"
과거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수로, 수입 기업은 실적이 부진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수출업체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환율보다 금리 상승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 서 본부장은 "달러 강세로 인한 코스피 영향은 많이 반영돼 있다"며 "오히려 앞으로 중국 인민은행의 조치에 따라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도 동반 강세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증시에서 우려할 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다시 팔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3조6천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이달 들어선 현재까지 1조8천억원 넘게 순매도중이다. 지난 13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이달 들어 줄곧 매도 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 오 본부장은 "과거 IT 거품 붕괴나 금융위기 등 시기에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이상에서 우리나라 자산을 파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 순매도는 과거처럼 시스템 문제로 인한 투매 성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증시 관심은 우리나라 경제나 증시 자체 요인보다 미국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전 세계 경기 흐름에 쏠려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고조되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증시 불확실성이 가장 고조될 것으로 봤다.
KB증권 유 센터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증시 변동성이 가장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올해 말과 내년 초 코스피는 저점을 더 낮출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지속에 조만간 경기침체가 지표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며 "증시가 내년 1분기까지 본격 약세장에 들어가면 코스피는 2,10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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