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20년형 면해…2억원 배상·보호관찰·사회봉사
"유족에 미안, 나도 피해자"…거액배상에 비판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 법원이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한 남성을 살해한 10대 소녀에게 중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4일(현지시간)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아이오와주 포크 카운티에 있는 주법원은 살인,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파이퍼 루이스(17)에게 피해자 유족에 대한 배상금 15만 달러(약 2억900만원), 보호관찰 5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다만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아이오와주 법률에 따른 것이다.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 형의 선고가 보류되고 문제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기소가 면제되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아이오와 주법은 살인을 저지른 경우 최소 15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루이스는 작년 6월에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하는 감형 협상(플리바겐)에서 2020년 6월 1일 재커리 브룩스(당시 37세)를 살해한 혐의를 인정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루이스는 열다섯 살이던 2020년에 학대 가정에서 가출해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한 남성을 만나 함께 살게 됐다.
이 남성은 루이스에게 온라인 채팅 앱을 통해 만난 남성들과 성관계를 갖고 돈을 벌어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던 중 루이스는 브룩스를 만났다.
루이스는 그가 강제로 술을 먹이고 마리화나를 피우게 한 뒤 의식을 잃자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루이스는 동거하던 남성의 강압에 못 이겨 브룩스를 다시 만났고, 그가 또다시 자신을 성폭행하자 홧김에 잠자고 있던 브룩스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렀다고 설명했다.
재판 당일 루이스는 "나는 브룩스의 가족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그날 일어난 일이 발생하지 않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나의 이야기의 희생자가 단 한 명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루이스의 변호인은 법원이 루이스의 선고를 유예한 판결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판사의 판단에 감격했다. 선고 유예로 루이스가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이스의 학교 선생님이 배상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고 이미 15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선생님은 배상금을 지불하고 남은 돈을 향후 루이스의 교육비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오와주 시민단체 성폭력반대연합의 한 활동가는 법원의 판단에 우려를 드러냈다.
활동가는 "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법원의 판단은) 최악의 결정은 아니지만 최고의 결정과도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살해 동기와 관계없이 가해자에게 무조건 15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아이오와 주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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