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 18.0% …4분기 연속 상승세
생산-출하 디커플링…생산 급감 땐 경기침체 직결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기업의 재고가 대외 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8.0%로 나타났다. 분기별 수치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대한상의는 "재고는 경기 변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이처럼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재고지수 증감률이 작년 2분기 -6.4%에서 올해 2분기 22.0%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재고지수 증감률은 1.2%에서 7.0%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매 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제조업체 상장기업(약 1천400여 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재고자산은 작년 2분기 61조4천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1천3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재고자산은 7조4천370억원에서 9조5천10억원으로 늘었다.
제조업 전체로는 올해 2분기 재고자산은 작년 2분기보다 39.7% 증가했다.
세부 업종별로는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높았다.
특히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의 경우 전체 제조업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분기 24.7%에서 올해 2분기 27.9%로 상승했다.
이처럼 재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코로나19 특수 대응 차원에서 공급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또 국제유가·원자재가격 급등에 대응해 원자재를 초과 확보해 제품 생산에 투입하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제품 출하가 늦어진 것도 재고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상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요 위축을 반영하듯 제조업 생산지수와 출하지수는 4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출하 감소 폭이 생산 감소 폭보다 더 커 생산과 출하 간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는 기업들이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오버슈팅(Over-shooting)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2분기 말부터 기업들이 일부 생산을 조절하고 있으나 재고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 3분기부터는 생산 감소 흐름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이는 그만큼의 고용과 신규 시설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상의는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의 악화로 인해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등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이 급감할 경우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 정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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