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차이 1천조분의 1도 안 나…"10~20년간 더 나은 위성실험 못 볼 것"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핵심 토대 중 하나가 된 '약한 등가원리'(Weak Equivalence Principle)는 가속운동 하는 물체의 관성질량과 중력에 작용하는 중력질량은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서로 다른 무게의 공을 떨어뜨려 중력의 영향으로 가속하는 물체의 가속도가 질량과 무관함을 실험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 원리를 지구 궤도 위성에서 자유낙하 시킨 물체의 가속도 차이가 1천조(10의 15승)분의 1도 나지 않는 것으로 가장 정밀하게 입증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물리학회(APS)에 따르면 국제 연구팀은 지구 궤도를 돌며 자유낙하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위성을 이용해 약한 등가원리 입증 실험을 한 '마이크로스코프(MICROSCOPE) 미션'의 최종 결과를 '물리학 리뷰 회보'(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
약한 등가원리에 따르면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 중력장의 물체는 질량과 관계없이 같은 방식으로 떨어진다.
이 원리는 지난 1971년 아폴로15호 우주비행사 데이브 스콧이 달 표면에 서서 망치와 깃털을 같은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리는 낙하 실험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입증했다. 당시 깃털은 공기 저항이 없는 상태에서 망치와 같은 속도로 떨어졌으며, 스콧은 "갈릴레이가 옳았다"고 했다.
과학 쇼에 가까웠던 이 실험을 고도 정밀화한 것이 마이크로스코프 미션이다.
마이크로스코프 위성은 프랑스 국립 우주연구센터(CNES)가 지난 2016년 4월에 발사했으며 이듬해 초기 결과가 나오고, 2018년 10월 실험이 끝난 뒤 5개월 치에 달하는 실험 자료를 분석한 끝에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자유낙하 하는 두 개 물체의 가속도와 관련된 '외트뵈시 비율'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고안해 위성에 탑재했다.
이 장치는 정전기력을 이용해 플래티넘 합금(402g)과 티타늄 합금(300g)으로 된 각각 만든 시험질량의 상대적 위치를 같게 유지하고, 가속도 차이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정전기력의 변화가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도는 것 자체가 시험질량에는 지속해서 자유낙하를 하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됐다.
두 시험질량의 가속도가 1천조분의 1 이상 차이가 나면 이를 측정할 수 있게 했지만 감지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약한 등가원리가 가장 정밀하게 검증된 것으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약한 등가원리를 10경(10의 17승)분의 1 수준에서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마이크로스코프 미션 결과가 가장 정밀한 검증으로 남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스코프팀 과학자 마누엘 로드리게스는 이와 관련 "적어도 10년이나 20년간은 이보다 더 나은 우주 위성 실험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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