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하는데 분양가는 상승 압력…통장 이자율 6년째 연 1%대
얼어붙는 청약 시장…미분양 물량 '쑥'·청약경쟁률-당첨가점 '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집값 급등기에 '로또'로 통하던 아파트 청약통장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천700만3천542명으로, 전달(2천701만9천253명) 대비 1만5천711명 줄었다.
전국 단위의 가입자 수가 2009년 통장 출시 이후 지난달에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달 통장 가입자 감소폭(1만5천711명)도 전달(1만2천658명) 대비 확대됐다.
수도권과 5대 지방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의 가입자 수는 석 달째, 인천·경기는 두 달 연속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서울지역 가입자 수는 지난 5월 625만5천424명에서 6월 625만1천306명, 7월 624만4천35명, 8월 623만8천313명으로 3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5대 광역시의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531만1천330명, 530만9천908명, 530만5천175명, 529만7천724명으로 석 달째 감소했다. 감소 폭 또한 1천422명, 4천733명, 7천451명으로 커졌다.
인천·경기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881만3천62명으로, 전달(881만6천737명) 대비 3천675명 줄면서 두 달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기타지역(8개도 및 세종시)만 가입자 수가 7월 665만3천306명에서 8월 665만4천443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4대 청약통장 유형(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운데 주택청약종합저축만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달에는 7월과 비교해 청약저축(39만4천542명→39만2천599명), 청약부금(16만2천314명→16만1천636명), 청약예금(100만5천62명→100만1천200명)의 가입자 수도 일제히 줄었다.
부동산 매수 심리 위축과 청약 시장 냉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청약 당첨자를 제외하고도 통장을 깬 가입자가 상당수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집값 급등기에는 로또로 통했던 아파트 청약의 매력이 집값 하락·기준금리 급등과 맞물리며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집값이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분양가는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공급망 불안과 자잿값 급등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형건축비는 지난 7월과 이달에 각각 1.53%, 2.53% 올랐다.
여기에다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뿐 아니라 예·적금 이자까지 오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재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금리는 2016년 8월부터 6년째 연 최고(가입 기간 2년 이상) 1.8%에 머물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 상승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데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연 2.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분양·청약 시장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3만1천284가구)은 전달 대비 12.1% 늘면서 3만가구를 넘어섰고, 수도권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1천17가구)은 같은 기간 21.5% 급증하며 1천가구를 넘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순위 청약 접수일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8월 17.3대 1에서 지난달 2.8대 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33.2대 1에서 1.6대 1로, 지방은 11.3대 1에서 3.3대 1로 떨어졌다.
청약 최저 당첨 평균 가점은 전국적으로 25.7점에서 12.1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수도권이 40.8점에서 17.1점으로, 지방이 17.9점에서 10.0점으로 각각 낮아졌다.
집값 급등기 당시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의 경우 이달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와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에서 청약이 진행됐으나 모집 인원에 미달됐다.
서울 1순위 청약에서 기타지역 모집을 포함해 미달이 나온 것은 2017년 중랑구 상봉동 '상봉베스트원' 이후 5년 만이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기준금리 급등으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분양가 상승 압력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더는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약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면서 "당분간 청약 시장의 냉랭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 폭이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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