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료진 부족 심각…10년 내 병원 운영 어려울 수도

유럽 의료진 부족 심각…10년 내 병원 운영 어려울 수도
코로나19 탓 인력손실에다 의사 40%는 정년퇴임 임박
"의료체계 고사 지경"…영국, 외국의료진 영입 두고 논란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럽에서 각국 의사들이 대규모로 정년퇴임을 앞둬 보건체계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유럽 각국 병원 의사 40%가 정년이 임박했다는 WHO의 경고를 인용하며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HO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토마스 자파타 박사는 "긴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상당수 의사가 퇴임하는 약 10년 뒤 또는 그 이전에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문제를 악화시켰다면서, 유럽 각국이 10년 안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 의료 인력들이 정규 근무시간을 넘어 일하다 떠났고 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이들 약 5만 명이 숨지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WHO 유럽 지역 담당 국장인 한스 클루게 박사는 "일손은 부족한데 신규 채용은 적고, 기존 인력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며, 자격을 가진 이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근무 여건도 별로 좋지 않고,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기회도 적어 의료 시스템이 고사할 지경"이라며 말했다.

WHO는 몇몇 나라에서는 간호사의 80% 이상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며, 유럽 간호사 10명 중 9명이 일을 그만둘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역시 WHO의 의료 인력과 보건 서비스 부문 유럽 담당 자문인 자파타 박사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환자들에게도 "심각한"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점점 대기 환자 명단이 길어질 것이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영국의학협회(BMA)는 최근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위기" 상황이라며, 지난해 12월 당시 인력 충원이 안 된 일자리가 11만 개가 넘었다고 밝혔다.
BMA 부회장인 애밋 코하르 박사는 "그렇게 많은 인력 부족하면 남아 있는 인력의 노동 강도가 높아져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이는 결국 남아 있는 이들의 이직이나 결근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악순환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NHS는 짐바브웨나 네팔, 필리핀 출신의 의료 및 보건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논란이 많다.
지난 8월 영국 왕립외과협회 회장인 앤드루 고다드 경은 "영국이 자체 의료 인력 보강을 위해 다른 나라들과 특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은 영국의 의료 인력 충원 계획이 실패했음을 웅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의료 인력이 더 부족한 네팔에서 간호사 100명을 데려온 데 대해서는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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