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평양선언' 20주년…납치 갈등에 수교 전망 '깜깜'

입력 2022-09-16 12:06  

'북일 평양선언' 20주년…납치 갈등에 수교 전망 '깜깜'
北 "평양선언 백지로 만든 책임져야"…일본 비난
日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북한에 남아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2002년 9월 17일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조기 수교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북일 평양선언'을 체결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북일 수교 전망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평양선언이 이행되지 않는 책임은 상대방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16일 송일호 대사 명의로 낸 담화에서 "조일(북일) 평양선언을 백지로 만든 책임을 지라"며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외무성은 "일본은 조일 관계의 성격과 본질을 부정하고 평양선언을 납치, 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왜곡하면서 저들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 실현에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나라는 종래부터 일관되게 북일 평양선언을 토대로 납치, 핵, 미사일 등 현안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 정상화를 지향한다는 생각이며, 그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2002년 5명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가 귀국한 이후 한 명의 납치 피해자의 귀국도 실현되지 않아 아직도 많은 수의 피해자가 북한에 남아 있는 것은 통한의 극치"라며 납치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일 평양선언은 20년 전 양국 정상이 체결한 문서로 과거사 청산과 북일 수교 등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당시 일본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면서 북한에 대한 유·무상 경제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평양에서 열린 고이즈미 총리와의 사상 첫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평양선언으로 북일 수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양국 교섭 과정에서 납치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북일 관계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고, 이들 중 일본으로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북한은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가해자인 일본이 이미 해결이 끝난 납치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서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일본 내에선 북한이 납치 문제에 대해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 기류가 강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평양선언 20주년을 계기로 한 사설에서 "(사망한 납치 피해자의 유골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유골을 제공한 것으로 판명되는 등 북한의 설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불성실한 대응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에서 북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북한이 납치 문제에 대해 불성실한 대응을 거듭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해온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의 한반도 문제 석학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납치 3원칙'이 북일 국교 정상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지난 6일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일 수교 교섭사 보고회에서 지적했다.
아베 전 총리의 납치 3원칙은 납치 문제가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 정상화가 없으며 ▲ 납치 피해자 전원이 생존해 있으며 즉시 모두 돌려보내라는 요구다.
이 원칙이 현재 내각까지 이어지면서 수교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와다 교수의 주장이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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