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연설…"블록대결 거부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외부 세력의 '색깔혁명' 책동을 막아야 한다"며 미국 주도의 서방에 각을 세웠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발전 이익과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상호 지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타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색깔혁명은 권위주의 정권 국가에서 서방 주도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이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등에 반대하며,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발언은 결국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된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이란도 곧 정식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시 주석 발언록에 따르면 시 주석은 또 '전략적 자주성'과 '지역 안보 수호'를 강조하면서 "블록 대결을 만들고 지역 안보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중국 견제에 방점 찍힌 미국 주도의 협의체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어 시 주석은 "SCO가 법 집행 협력을 강화하고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 세력이 지역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SCO 회원국들의 경찰 등 법 집행 인력에 대한 훈련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회원국들은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촉진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기능을 보장하고, 자원과 생산 요소의 질서 있는 흐름을 장려해 역내 더 큰 경제 통합과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10월16일 개막)가 예정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당 대회에서 "중국의 다음 단계 발전 청사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지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평화롭고 개방적이며 협력적인 공동 발전에 대한 중국의 헌신에 변함이 없을 것이며, SCO를 계속 외교의 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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