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수익률 35% 넘어…인버스는 27%대 손실
"1,450원대 가능성도"…"자본 쏠림으로 인한 변동성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지속하면서 미국 달러 선물에 투자하는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고공행진 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이달 15일 기준 달러선물 레버리지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5%를 넘었다.
상품별로 보면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합성)'은 36.15%의 수익을 냈다.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과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달러-파생형]'도 각각 수익률 35.93%, 35.64%를 기록했다.
달러선물 ETF는 달러선물 지수를 기초로 삼아 달러화 가치의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상승분의 2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
수익률 산정 기간을 최근 6개월로 줄여도 이들 ETF는 모두 25%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최근 3개월(17%대)과 1개월(14%대) 수익률도 모두 10%를 넘기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달러선물 ETF들도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연초 이후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17.53%)과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17.39%) 등은 17% 이상의 수익을 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이 -21.04%를 기록하며 손해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야 이득을 볼 수 있는 달러선물 인버스 ETF의 손실은 더욱 컸다.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27.87%),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달러-파생형]'(-27.84%),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27.82%) 등은 연초 이후 나란히 27%가 넘는 평가 손실을 보였다.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나날이 고점을 높이는 등 달러 초강세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7원 내린 달러당 1,3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399.0원에 출발해 하루 만에 또다시 연고점을 새로 썼다. 이는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당국이 연이어 구두 개입에 나서는 등 환율 급등세 진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1,400선을 겨우 방어했다.
지난 1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쪽으로 과다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심리가 확산하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 관계자도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이 2020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무너졌고,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 등 다른 통화들도 달러와 비교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과 무역수지 적자로 한국 통화가치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무역수지 적자가 통화가치 약세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수입 부담이 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0여 년간 상방 저항선 역할을 해온 1,250원을 돌파한 이후 의미 있는 저항선은 없는 상황"이라며 "고점 전망에 대한 근거도 빈약하고 불안한 대외 여건으로 1,45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고 부연했다.
이어 "내년 이후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은 유지하지만, 4분기 평균 환율은 기존 1,350원에서 1,41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다만 1,400원을 크게 웃도는 오버슈팅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저소득 국가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강달러로 인한 금융 불안을 국내 투자자들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금리 인상이 후반기로 진입할수록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이 심화했다"며 "금리 인상 후반기에 진입하는 올해 4분기부터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직후 자본 이동성이 높은 포트폴리오와 기타 투자는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유입됐다"며 "향후 이런 자금 유입이 집중된 지역부터 자금 이탈 압박에 시달릴 전망으로, 수출 중심의 아시아와 유럽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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