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잔수 "민감문제 적절처리 중요"…韓 '안보주권'·中 '3불1한' 강조 불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한 계기에 한국과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지만 '불씨'가 꺼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리 위원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최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논의됐듯 양측이 서로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는 것은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지극히 중요하다"며 사실상 사드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리 위원장은 같은 날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사드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협박해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불순한 의도"라며 "한중 양국 외교장관들이 '칭다오 회담(8월9일)'에서 사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선 '한국이 중국 우려 이해했다'는 해석 나와
리 위원장의 방한 일정과 관련, 중국에서는 윤 대통령의 사드 발언이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엄중한 입장을 한국 측이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랴오닝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 뤼차오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 17일자에 "사드는 중한 간의 최대 문제 중 하나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위협함으로써 중한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중국의 엄숙한 입장을 접수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설했다. 이어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느슨하게 하면 다른 유사한 문제가 불거져 중한 관계에 더 심각한 영향을 준다"며 "미국이 분명히 그 문제를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 위원장 발언에서 보듯 중국 정부는 최근 사드 관련 견해를 밝힐 때 한국에 대한 직접 비판은 자제하고, 화살을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 주체인 미국 쪽으로 겨냥하는 일관된 흐름이 감지된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 '3불(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한다는 내용)-1한(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요구하며 한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접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민감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강조한 리 위원장의 사드 관련 메시지는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윤 대통령의 '긴밀한 소통'은 '상호 이해 제고' 의미하는듯
윤 대통령의 사드 관련 발언을 '한국이 중국의 우려를 수용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안보 주권 사항으로서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한중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 입장 자체가 바뀌었다고 볼 근거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한중간 긴밀한 소통' 언급은 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이해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영학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사드 배치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기에 우리가 판단해서 관련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긴밀한 소통 언급은 '중국이 우려하는 점을 이해하고 있고 필요시 설명을 통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한중 최고위급간에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자는데 뜻을 같이한 것은 사안의 민감성을 인식하고 이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에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는 등의 상황 변화 요인이 생겨 북한 핵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서 사드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국내 여론이 조성될 경우 미봉한 갈등이 재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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