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항암 면역요법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치료가 난치성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에도 효과가 있다는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거의 전신에 걸쳐 조직과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으로 피부뿐 아니라 관절이나 신장 등 체내 거의 모든 부위를 공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는 루푸스의 가장 흔한 형태이다.
CAR-T 면역요법은 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뒤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백혈병, 임파선암 등 일부 혈액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Friedrich-Alexander)대학 의대 내과 과장 게오르크 쉐트 박사 연구팀은 신장, 심장, 폐, 관절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표준 치료법이 듣지 않는 중증 루푸스 환자 5명이 단 한 번의 CAR-T 치료로 증상이 호전됐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7일 보도했다.
이 루푸스 환자들은 CAR-T 치료를 받은 지 약 3개월 후 각 장기에서 나타난 증상이 사라지는 관해(remission)가 오면서 루푸스 관련 자가항체(autoantibody)들이 사라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대부분 환자의 경우 증상이 사라지는 관해가 오기 어렵고 관해가 유지되지도 않는다.
추가 CAR-T 치료는 필요 없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환자로부터 채취한 T 면역세포 샘플을 시험관에서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로 무장시킨 뒤 다시 환자에 주입했다.
그러면 T세포들이 암세포처럼 잘못된 면역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특정 표지, 즉 항원(antigen)을 인지하고 공격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CAR-T 면역요법이 루푸스 치료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같은 연구팀은 작년에도 CAR-T 면역요법으로 20세 여성인 루푸스 중증 환자를 치료, 이번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부작용은 경미했다.
CAR-T 요법은 암 치료에서는 고열, 오한, 호흡곤란,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CAR-T세포는 증식하면서 염증성 단백질 사이토카인을 대량 혈류로 방출한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 루푸스 연구 연합(Lupus Research Alliance)의 구엔 호앙 박사는 루푸스는 완치 방법이 없어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은 한계가 있는데 100일 임상시험에서 루푸스 증상이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참가 환자가 5명에 불과하고 장기간의 효과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 대학 루푸스 센터장 질 바이언 박사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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