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2개월 만에 외유에 나서며 최소 12개국 정상과 '몰아치기' 회담을 했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거리를 뒀다.
시 주석이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에서 '진영' 다지기에 공세적으로 나서면서도 모디 총리와는 양자 회담을 하지 않아 국경 분쟁 등 복잡한 중국-인도 관계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15∼16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인도를 제외한 SCO의 모든 회원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과 정식으로 양자 회담을 했다.
또 이란을 비롯해 옵서버로 참석한 몽골,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정상과도 회담했다.
사흘간 최소 12개국과 양자회담을 갖고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의지를 다진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와 다자 회의 때만 함께 했을 뿐 양자 회담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시 주석과 모디 총리의 대면은 2020년 국경 충돌 후 처음이다.
양국은 2020년 5월 판공호수 국경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45년 만에 총기 사용 등 국경 분쟁지에서 갈등을 빚으며 관계가 악화한 상태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 통제선(LAC)을 경계로 맞서있다.
다만, 최근 핵심 국경 분쟁지인 라다크 지역 고그라-핫 스프링스에서 상호 철군에 합의하는 등 긴장을 조금씩 완화해가는 모습이다.
이에 이번 SCO를 계기로 두 정상 간 양자 회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2년 전 갈완 계곡에서의 치명적인 충돌이 여전히 양국 관계를 압박하고, 중국은 인도가 점점 더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19일 전했다.
인도는 비동맹 외교 정책을 고수하며 러시아에 에너지와 무기를 의지하는 한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원국으로 미국, 일본과 합동 군사 훈련도 진행했다.
왕더화 전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센터 남아시아연구소 소장은 SCMP에 "가장 큰 문제는 상호 신뢰 부족"이라며 "인도는 중국이 최대 위협이라고 여기고 중국은 인도가 여러 방면에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 분쟁을 언급하며 "두 나라 모두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도가 여전히 균형 외교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도 관계가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인도 외무부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중국과 2년 이상 대치 상태에 있던 분쟁 지역에서 양국이 철군을 시작했다며 12일까지 이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가 15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중국군 초소가 중국 측 실질 통제선으로부터 약 2㎞ 떨어진 곳으로 이동 배치됐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군이 판공호의 여러 지점에서 철수해 실질 통제선을 따라 남쪽으로 더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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