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폴란드가 러시아 영해를 거쳐야만 발트해로 나아갈 수 있었던 북동부 지역에 자국 영해와 발트해 남동부 그단스크만을 직접 잇는 운하를 17일(현지시간) 개통했다고 AFP,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길이가 1천300m가량인 이 운하는 폴란드 크리니차 모르스카 마을에서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곳에 있다.
폴란드 북동부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맞닿아 있으며, 두 지역 사이에는 비스툴라 석호가 있다.
비스툴라 석호와 발트해 사이에는 길쭉한 육지인 지협(地峽)이 가로막고 있는데, 호수와 바다 사이에 난 물길이 이전에는 러시아 영해 쪽에만 있었다.
이에 따라 비스툴라 석호에 면한 폴란드 북동부 도시이자 화물, 관광, 여객의 요충지인 엘블롱크를 가려면 부득이하게 러시아 영해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자 러시아가 폴란드 선박 통과를 통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폴란드는 4억6천700만 달러(약 6천477억원)를 투입한 새 운하 개통으로 자유롭게 비스툴라 석호와 발트해를 왕래하게 됐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운하 개통식에서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에 더는 (통과) 승인을 얻지 않기 위해 이 통로를 열고자 했다"고 말했다.
운하는 현재 작은 선박만 통행이 가능하지만, 2023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길이 100m·폭 20m의 큰 선박도 오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운하가 개통한 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한 지 83주년 되는 날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운하가 비스툴라 지역의 염도를 바꿔 생태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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