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알리 등, '지하철1호선' 獨 원작 배우들과 '열창'
박학기 등 뮤지션 6명, 아침이슬 50주년 기념 유럽순회 김민기 헌정공연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Ich streife meine Sorgen ab. Erhebe mich und gehe)"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작은 공연장 하이마트 하펜에서는 한국어와 독일어로 아주 특별한 아침이슬이 울려 퍼졌다.
이날 주독일 한국문화원과 경기문화재단이 아침이슬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연 '리사운드 코리안팝' 공연 마지막에는 지하철 1호선의 원작인 그립스 극단의 '지하철 1호선(리니에 아인스)' 배우 6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어둠속에서 지하철 1호선의 원작을 만든 그립스 극단의 창립자이자 극작가인 폴커 루드비히가 독일어로 번안한 아침이슬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가수 박학기, 이은미, 유리상자 박승화, 정동하, 알리와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무대에 등장해 한국어로 한 소절씩 가세했다.
마지막에는 공연장 전체가 열창으로 끓어올랐다. 700여명에 달하는 현지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서 대미를 장식한 이번 '아침이슬 50주년 기념 김민기 헌정 유럽 순회공연' 총감독을 맡은 가수 박학기는 "아침이슬 탄생 50주년을 맞아 지금 화려하게 조명받는 K팝의 뿌리가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역사적인 유럽에서 공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충분히 공감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음악이라는 게 언어나 국경을 넘어선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가수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포크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 공연연출가 김민기의 대표곡인 '가을편지', '친구', '늙은 군인의 노래', '작은 연못', '상록수', '천리길', '새벽길', '기지촌', '봉우리', '철망 앞에서'를 차례로 선보였다.
이어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 박승화의 '사랑해도 될까요', 알리의 '네잎클로버', 정동하의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이은미의 '녹턴', 함춘호와 박학기, 정동하의 '사랑일기'가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그립스 극장에서 여전히 공연되고 있는 원작 지하철 1호선에서 3∼4개 배역을 소화해내고 있는 독일 배우들은 "아침이슬을 부를 때 마음에 울림을 느꼈다"면서 "오늘은 한국의 유명한 가수들과 함께 불러서 더욱 멋졌다. 마지막에는 우리도 한국어로 다같이 불렀다"고 말했다.
이들은 "19년 전 서울에서 김민기 학전 대표에게 깜짝 선물로 아침이슬을 선보였을 때 그가 눈물을 터뜨려서, 우리 모두 큰 감동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립스 극단은 1986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지하철 1호선의 동명 원작 '리니에 아인스'를 초연했고, 지금까지 2천회 이상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원작은 시골마을 순박한 소녀가 록커와 사랑에 빠져 베를린으로 상경한 뒤 만난 마약중독자, 노숙인 등 소외된 대도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지난 2003년 우리나라의 지하철 1호선 2천회 공연을 앞두고 내한공연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지하철 1호선을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하고 연출해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작품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사회의 모습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다. 2008년 막을 내릴 때까지 15년간 4천회를 공연하며, 70만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극단 학전은 지난해 6월에도 다시 지하철 1호선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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