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홍콩인들 사이에서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홍콩 명보와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20일 전했다.
전날 저녁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는 많은 추모객이 모여 런던에서 거행된 엘리자베스 2세의 국장 생중계를 지켜보며 촛불을 들어 올렸다.
장례식 생중계가 끝난 후 한 시민이 하모니카로 영국 국가와 함께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많이 불렸던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에 추모객 100여 명은 '글로리 투 홍콩'을 따라 불렀고, 시위 구호였던 '헝컹런 카야오'(香港人加油·홍콩인 힘내라)를 외쳤다.
당시 현장에는 많은 경찰이 배치돼 있었으며, 이들 중 일부가 하모니카를 연주하던 시민을 에워싼 후 경찰차에 태워 갔다.
연행된 시민이 체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HKFP는 전했다.
또한 경찰들은 총영사관 밖에 놓인 촛불들을 물로 껐으며 소셜미디어에는 이러한 상황을 찍은 현장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공개된 영상에는 총영사관 직원이 경찰이 현장에 배치된 것에 놀랐다고 말하자, 한 경찰이 사람들이 몰려 거리 통행이 방해될까 염려해 현장에 나왔다고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자 총영사관 직원은 "지난 11일간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오늘도 다른 밤과 같고 지금껏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그렇기에 오늘 밤 당신(경찰)들이 여기에 온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는 엘리자베스 2세를 추모하는 꽃과 사진 등이 가득히 쌓여있다.
총영사관은 홍콩인들의 추모 열기에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일반 조문객을 받았다. 시민들은 조문록에 서명하기 위해 기록적인 9월 폭염 속에서도 길게는 서너 시간씩 기다렸다.
홍콩인들은 온라인에서도 여왕을 애도하는 게시물을 쏟아냈다.
이런 추모 열기는 다른 영국의 과거 식민지들과 대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 금지된 반정부 집회가 여왕에 대한 조문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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