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낮아졌지만 콜레라 등 퍼져…임신부·어린이 직격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심각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파키스탄에서 이번에는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남부 신드주에서만 12명이 수인성 질병으로 숨졌다.
이들은 장염, 심각한 설사, 말라리아, 콜레라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통계를 인용, 지난 7월 1일 이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이의 수는 318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비가 그치고 침수된 지역의 물이 빠지면서 익사, 건물 붕괴 등 홍수와 직접 관련된 재해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줄었지만 수인성 질병 사망자는 오히려 급증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집을 잃고 임시 구호시설에 머무는 이재민들은 오염된 물 등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홍수 피해 지역에서는 전날에만 7만2천여명이 수인성 질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7월 1일 이후 관련 누적 환자 수는 270만명을 넘는다.
뎅기열 환자도 급증했다. 뎅기열은 주로 숲모기가 옮기며 고인 물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
이동 수단이나 돈이 없는 이들은 병원조차 찾지 못한다.
7자녀의 어머니로 임신 8개월째인 라시다는 BBC뉴스에 아이들이 아프지만, 의사에게 데려갈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열이 있고 토한다"며 "많은 모기에게도 물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국으로부터 식품이나 천막 등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아이들은 우유를 달라며 운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이번 홍수로 임신부나 어린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홍수 피해 지역의 임신부 수는 약 65만명에 달한다.
UNFPA는 이번 달에 출산하는 이들이 7만3천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숙련된 조산사나 유아 간호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도 최근 이번 홍수로 어린이 1천600만명이 피해를 입었고 340만명 이상은 즉시 구명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계절성 몬순 우기로 큰 홍수가 났다. 해마다 몬순 우기 때면 큰 피해가 생기곤 했지만, 올해는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달았다.
7∼8월 두 달 동안 파키스탄에서는 예년 평균보다 190% 많은 391㎜의 비가 내렸다. 신드주의 경우 올해 강수량은 예년보다 466%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으며 인구의 약 15%인 3천300만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파키스탄 당국은 파악했다.
홍수 관련 누적 사망자 수는 질병 사망 외 1천559명이다.
유엔(UN) 등 국제기구와 각국은 생필품 등을 보내며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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