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초점맞춘 유엔총회…"제국주의·식민시대 회귀"(종합)

입력 2022-09-21 11:54  

우크라 사태에 초점맞춘 유엔총회…"제국주의·식민시대 회귀"(종합)
프랑스 "침묵하는 자도 제국주의 공모자", 독일 "제국주의는 승리못해"
러시아 가까운 북·동유럽도 일제 비판…남미·아프리카는 비교적 중립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의 최대 화두는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차례로 연설하는 일반토의에서 주요 발언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면서 전쟁 중단과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주로 목소리를 높였으나, 국가별로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서유럽 주요국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우리가 2월24일(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일)부터 목격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 시대의 복귀"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침략과 영토 병합 행위를 통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주어진 시간의 두 배인 30분 가까이 격정적으로 발언한 마크롱 대통령은 주먹으로 연설대를 치면서 이번 전쟁에 대해 중립을 지키는 나라들을 가리켜 "오늘날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신제국주의에 공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첫 유엔 일반토의 연설에 나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제국주의의 귀환은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평화 질서 전체에 대한 재앙"이라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전쟁과 제국주의적 야망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라며 "그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자신의 나라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인을 살해하고 자포리자 원전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하면서 "오늘의 희생자는 우크라이나지만, 러시아 제국주의가 성공한다면 내일은 세계 어떤 나라라도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발(發) 안보 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잔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침공을 용납하거나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의 대통령들도 "정당한 이유 없는 불법적인 전쟁"이라고 비난하며 평화적 해결과 철군을 요구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없고, 공정한 평화 절차에는 결코 패자가 없을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 모색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 PBS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침략당한 땅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정상들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이날 유엔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한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인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와 중국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의 철학과 원칙을 짓밟는 행위로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행위를 근거로 안보리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독일 등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제3세계 국가들은 대체로 서방에 비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원국 정상 중 맨 처음 연단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일방적이고 선별적인 제재 채택이 분쟁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상황은 우리 모두를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서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를 더러운 에너지원으로 돌아서게 한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 노력을 촉구하면서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대부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언급을 삼갔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도 아프리카 대륙 지도자들이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신냉전의 온상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엔총회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외교적 압박은 21일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연설에 나서는 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발언할 예정이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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