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때 뭐했나…'러 퇴출' 안보리 개혁론, 유엔총회서 분출

입력 2022-09-21 12:24  

우크라 때 뭐했나…'러 퇴출' 안보리 개혁론, 유엔총회서 분출
독일·일본, 이 기회에 상임이사국 진출 노려
바이든도 내일 연설서 유엔 개혁론 고리로 러시아 압박 가세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그간 오래 논의돼왔던 유엔 안보리의 개혁 문제가 다시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러시아를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하자는 안보리 재편론이 골자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독일과 일본은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안보리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튀르키예(터키)도 유엔 개혁론에 가세했다.
다음 날 공개 연설에 나서는 미국도 안보리 개혁론을 고리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포함된 상임이사국과 2년마다 교체되는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연설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개 국가가 전세계 수십억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에 거부권을 지닌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퇴출론을 시사하며 자국이 대신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교도통신·도이체벨레(dw) 등이 보도했다.

두 나라는 2004년 인도, 브라질과 함께 'G4'를 만들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포함한 유엔 개혁을 촉구해왔다.

숄츠 총리는 유엔 안보리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독일이 상임이사국이 돼서 유엔 안에서 책임을 더 지겠다고 먈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만 제국주의 야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국주의의 귀환은 유럽뿐만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전세계 평화질서에 닥친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러시아가 말하는 그 어떤 평화도 받아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내야만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유엔 안보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유엔이 전세계 평화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엔의 진실성이 위태롭다는 현실을 봐야한다"며 "개혁은 30년 가까이 논의돼왔는데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말로만 그럴게 아니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그간 안보리 개혁을 통한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개 추진하는 동시에 비상임이사국에도 종종 도전해왔다. 지난 6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일본은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미국도 이러한 '전선'에 동참할 전망이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날 유엔총회 연설이나 유엔 사무총장 및 주요국 지도자들과 대화를 통해 안보리 개혁 문제에 대해 비중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논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21일) 제기할 현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러시아를 겨냥, "한 상임이사국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유엔 안보리를 뒤흔들게 된다는 것을 전세계가 알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경로를 바꾸도록 전세계가 연대해 압박을 행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보리 개혁 과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 위주로 구성된 안보리 구성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각국의 엇갈린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개혁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막강한 거부권으로 강제력을 지닌 결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어 거부권 행사 문제는 개혁 과제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올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관련 논의가 다시 한번 분출했다.
전쟁 직후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함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상정됐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것이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리를 우회해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절대다수의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일으킨 러시아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강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효과는 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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