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로 세르비아 등 거쳐 서유럽에 유입"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연방정부가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국가를 경유해 서유럽 각지로 들어오는 난민과 이민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관련국들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에 따르면 카린 켈러 서터 법무장관은 전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이민 행정 부처 장관 등이 모인 회의에서 "발칸반도를 거쳐 들어오는 난민 및 이민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켈러 서터 장관은 "난민과 이민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로 가서 밀입국 브로커들과 함께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 등지로 이동하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칸반도 국가들의 출입국 정책이 유럽 26개 국가의 사이의 자유 여행 협약인 '솅겐 조약' 체결국의 정책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칸반도 국가들이 무분별하게 난민·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 솅겐 조약을 이용해 유럽 각지의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빈발하게 되므로 관련국들 사이의 정책적 협조가 시급하다는 취지다.
켈러 서터 장관이 세르비아를 거론한 것은 인도와 쿠바, 부룬디 등의 국가에서 세르비아를 여행할 때는 비자가 필요 없다는 점 때문이다. 세르비아를 관문 삼아 난민이나 이민자들이 서유럽 각지로 밀려드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스위스 연방정부 이민국(SEM)에 따르면 스위스에 접수된 난민 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1만2천362건이다.
SEM은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신청 건수를 최근 1만6천500명에서 1만9천건으로 늘려 잡았다. 그만큼 스위스는 난민 신청자들 급증세가 이어질 걸로 보는 것이다.
이는 스위스만의 사정은 아니다.
EU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16만여명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대비 70%,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수백만명이 유럽 각국에 유입된 사정을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은 수용 능력의 한계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특정 국가의 난민만을 받아들이는 차별적 행정을 펴거나 단속 일변도로 국경을 관리한다면 인권 문제를 뒷전으로 뒀다는 비난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유럽 각국은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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