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치 수십억 달러 부풀려 세금·보험·대출에서 혜택"
뉴욕내 기업활동퇴출도 추진…대권재도전 앞둔 트럼프 형사기소 가능성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뉴욕주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성인 자녀들이 거액의 금융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부당이득 환수와 트럼프 일가의 뉴욕 내 사업 금지를 추진하는 이번 소송은 비슷한 내용의 검찰 수사에 탄력을 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 이방카 트럼프 등 자녀 3명이 10년 넘게 금융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맨해튼 1심 법원에 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트럼프그룹과 이 회사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앨런 와이셀버그, 또 다른 임원 제프리 맥코니도 피고로 명시됐다.
이날 소송은 3년에 걸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의 금융·세금·보험 사기 의혹에 대한 조사 끝에 뉴욕주 검찰총장실이 내놓은 결과물이다.
제임스 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낮춰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트럼프그룹 재무제표와 은행, 보험사, 세무당국에 낸 재무 관련 서류에서 뉴욕, 시카고, 플로리다, 워싱턴DC 등에서 보유 중인 200개 이상의 자산 가치를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은 자산 가치 조작을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과 보험 계약을 하고, 세금을 줄였다고 제임스 총장은 밝혔다.
제임스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부당하게 배를 불리고 법 체계를 속이기 위해 허위로 자신의 순자산을 수십억달러 부풀렸다"며 "극도로 부풀린 자산 가치의 규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보유 부동산에 (자산가치 조작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뉴욕주는 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융 사기를 통해 챙긴 경제적 이익 환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환수 추진 금액은 최소 2억5천만달러(약 3천490억원)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성인 자녀들의 뉴욕주 기업 고위직 임용을 영구 금지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의 뉴욕주 상업용 부동산 취득을 5년간 금지하며, 소송 대상이 된 트럼프 소유 기업들의 뉴욕주 사업을 영구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임스 총장은 "너무나 오랫동안 이 나라의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에게는 법규가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러한 위법 행위의 가장 나쁜 사례들 중에서도 두드러진다"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맨해튼 트럼프타워 아파트의 면적을 실제보다 3배 부풀려 신고했고, 수많은 규제가 적용되는 부지에 위치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이 '비규제 지역에 위치해 주거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허위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7천500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마러라고의 감정가를 7억3천9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과장했다고 제임스 총장은 전했다.
제임스 총장은 3년간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 자료들을 같은 사건에 대해 형사 수사 중인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참고자료로 전달했다고 밝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기소될 가능성도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융 사기 의혹 외에 퇴임 후 기밀 문건을 무단 반출한 혐의와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혐의, 지난해 1월 의회 폭동 사태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어서 이런 수사가 2024년 대권 재도전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인종주의자인 레티샤 제임스 총장이 또 다시 마녀사냥을 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공화당 소속 백인 남성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제임스 총장은 민주당 소속의 흑인 여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임스 총장이 검찰총장직 재선을 노리고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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