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피츠제럴드 조롱한 듯" 분석…죽음에 대한 메모도 발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생전에 출판하지 않은 단편 소설이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최근 헤밍웨이가 남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 4편의 단편 소설과 개인적인 메모 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제목이 붙지 않은 3페이지 분량의 단편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신인 권투선수는 경기에서 코가 부러지고 양쪽 눈 주변에 검은 멍이 들 정도로 고전했지만, 결국 승리한다.
학자들이 이 소설에 주목한 것은 주인공의 이름이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F. 스콧 피츠제럴드에게서 따왔다는 점이다.
헤밍웨이는 동시대 작가인 피츠제럴드와 밀접한 관계였다.
헤밍웨이는 무명 시절인 1925년 프랑스 파리에서 인기 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피츠제럴드와 처음 만났다.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에게 편집자를 소개해주는 등 후원자 역할을 했지만, 이후 둘의 관계는 악화했다.
특히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와 권투와 관련한 악연이 있었다.
1929년 헤밍웨이는 캐나다 소설가인 몰리 캘러헌과 링에서 정식 권투 경기를 하다가 KO를 당했다.
헤밍웨이는 우세한 경기를 벌였지만, 추가시간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결정타를 맞았다.
당시 추가시간을 1분이나 준 장본인은 링 바깥에서 시계를 보고 있던 피츠제럴드였다.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헤밍웨이는 이후 피츠제럴드의 실수 탓에 패배했다면서 그를 비난했다.
헤밍웨이 전문가인 커크 커너트 트로이대 교수는 이 단편소설에 대해 "피츠제럴드의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을 조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헤밍웨이는 문학적 재능과 신체적 기량에서 모두 피츠제럴드를 앞섰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이 단편소설과 함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도 확인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헤밍웨이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끝내기 35년 전인 1926년에 죽음과 자살에 대해 고찰한 3페이지 분량의 메모도 공개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정리한 이 자료는 헤밍웨이가 생전 즐겨 찾던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단골 술집인 '슬로피 조'에 맡겨놓은 박스에서 발견됐다.
헤밍웨이 사후 이 박스는 가족을 거쳐 측근이었던 토비 브루스에게 전달됐지만 수십 년간 창고에 보관됐고, 지난해 말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유족으로부터 자료를 구입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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