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유엔 연설서 "러 안보리 거부권 박탈해야"(종합)

입력 2022-09-22 11:54  

젤렌스키, 유엔 연설서 "러 안보리 거부권 박탈해야"(종합)
우크라전 사유로 유일하게 유엔총회 화상연설 허용
특별재판소 설치·전쟁보상금 요구…1분간 기립박수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오진송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전쟁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과 전쟁범죄 처벌을 요구했다.
UPI, dpa,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들은 협상을 거론하지만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다. 그들은 협상을 말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영토 합병을 위한) 가짜 투표를 선언했다"면서 러시아가 전쟁 종식에 대한 진지한 뜻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에 대한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지 하루가 되지 않은 시점에 진행됐다.
그는 자신의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와 전쟁을 막기 위해 88차례의 회담을 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전면적인 침공에 나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지어 지금도 러시아가 협상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후퇴를 늦추고 싶을 때뿐"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침략자들을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 밖으로 밀어낼 것"이라며 "인류와 국제법은 테러리스트 국가보다 강하다. 러시아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의 최우선 조건으로 러시아를 국제기구에서 고립시키고 무역 제재와 피해 보상 등 전쟁 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침략자가 국제기구의 의사결정 당사자라면 그로부터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침략 당사자이면서도 거부권 행사를 통해 전쟁 중단에 대한 안보리 의결을 막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 이지움과 부차에서의 러시아에 의한 집단 학살 의혹을 열거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기와 포탄이 필요할 경우 제공돼야 한다.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역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 키이우에 방공시스템과 장거리 무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특별 재판소 설치와 전쟁 보상금도 요구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막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안보 회복과 영토 보전, 안전 보장 등을 협상 불가능한 종전 조건으로 못 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진실하고 정직하고 공정한 평화를 원한다"며 "러시아의 테러가 더 멀리 갈수록 그들과 세계와의 대화 가능성도 작아진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사고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원전을 가지고 협박하는 것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방사선 질환에 대한 예방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일 단지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올해 3월 점령한 이래 잦은 포격으로 사고 우려가 커졌다. 최근에는 원전 폐쇄 논의까지 나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포격이 서로 상대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이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올리브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연설했다.
그의 뒤편 회의실로 보이는 공간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었고, 유엔 깃발이 대형 화면에 영상으로 나왔다.
25분에 걸친 그의 연설이 끝나자 총회 참석자 대부분이 기립해 1분 가까이 박수를 보냈다. 이날 회의에는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도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유일하게 화상으로 연설했다.
의사 규칙상 일반토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등 고위급 인사들은 반드시 대면 연설을 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다.
유엔총회는 지난 16일 이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러시아와 북한, 쿠바, 시리아, 벨라루스, 니카라과 등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중립을 지킨다는 이유로 자신의 원격 연설에 반대를 던진 국가를 언급했다.
그는 "중립은 실제로는 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그들은 누군가를 보호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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