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전문가 분석 소개…"아직 러 핵무기 쓸 지경 아냐"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관영 매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차 대전 이후 첫 동원령 발동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의 새 단계 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치의 장기화와 격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복수의 전문가 견해를 소개한 22일자 기사에서 러시아가 올해 겨울 전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큰 규모의 군사작전을 벌일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자오후이룽 중국 사회과학원 러시아 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양측은 당분간 전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길 간절히 바랄 것이기에 협상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다"며 "쌍방 대립의 정도와 범위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같은 연구소의 왕샤오취안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를 탈군사화, 중립화하려는 러시아의 원래 목표는 당분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원래 가지고 있던 목표를 견지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서 '친러' 세력과 '반러' 세력의 균형을 맞추려 할 것이며, 가장 주된 현 단계 목표는 아마도 역사상의 '신(新) 러시아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 연구원이 거론한 '신 러시아'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니콜라예프, 헤르손, 자포로지예,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키, 키로보그라드, 하르키우,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지로 250년 이상 러시아와 구소련 중앙 정부의 지배를 받다 구소련 시절 행정 구역 조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편입된 지역을 의미한다고 환구시보는 소개했다.
왕 연구원은 "만약 그 목표가 달성되면 우크라이나 동남부 영토와 바다로 나가는 출구, 대부분의 산업 기반과 많은 인구가 러시아에 의해 통제되며, 우크라이나 동남부 친러 세력이 서부의 반러 세력에 맞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전략목표 조정은 러시아가 더 큰 규모의 군사행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땅이 얼어 기계화 부대의 진격이 용이해지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에 따른 유럽의 난방 고민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의 민생고도 심해질 겨울에 러시아가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전망했다.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왕 연구원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은 첨단 전투기, 미사일 등 공격적 전략무기가 아닌, 방공시스템 등 방어 무기에 머무르고 있다"며 당장의 발발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가 더 큰 규모의 군사행동을 할 경우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더 많은 공격형 전략 무기를 제공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시사는 "서방에 '대우크라이나 지원의 수준을 높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억지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환구시보 취재에 응한 익명의 국제문제 전문가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이슈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서방의 주장"이라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현재 전면 동원이 아닌 부분적 동원령을 발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쟁 태세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핵무기를 거론하는 것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계속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로, 충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부분적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후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러시아도 다양한 파괴 수단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