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 위기 고조도 달러 초강세에 일조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내놓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 달러화가 20년 만의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국 통화 6개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가 이날 111.63까지 올라 2002년 5월 이후 2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지수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만 16% 이상 상승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관련 데이터를 취합한 1972년 이래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이다.
이날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로 1.2% 올랐다. 유로화는 미국 시장에서 장중 0.9810달러까지 하락,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1유로화가 1달러를 밑돌며 '1유로=1달러'를 의미하는 '패리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는 일본 엔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였다. 장중 달러화 가치가 144.695엔까지 올랐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달러화 강세에 장중 37년 만의 최저치인 파운드당 1.1237달러까지 밀렸다.
이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가 달러화 강세에 다시 기름을 끼얹었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들이 제시한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이전 전망치인 올해 말 3.4%, 내년 말 3.8%보다 대폭 상향 조정됐다.
특히 연말 기준금리가 4.4%까지 오른다는 전망으로 인해 연준이 올해 남은 2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 더 0.75%포인트 인상을 하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에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강력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령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양상도 달러화 초강세를 한층 부추겼다.
앞서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군 동원령을 전격 발표하고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일찌감치 유로화는 매도 공세에 시달렸다.
캐나다 은행 스코티뱅크의 숀 오스본 최고 환율 전략가는 지정학적 위험의 고조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가 부상했다고 말했다.
22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초강세는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1,400원대를 돌파, 오전 10시 52분 현재 달러당 1,408.14원으로 전날보다 12.34원 뛰어올랐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이견이 있다.
오스본 전략가는 달러화가 이미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지만 추가 상승을 고려하기가 꺼려진다"며 "하방 위험을 무시하는 것은 자기 만족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의 데이비드 크로이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달러화는 지난 1년간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에 따라 상승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서) 가장 앞서고 있기에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 선물도 출렁이면서 향후 미국 증시 약세를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VIX 선물의 10월물이 11월물보다 0.28%포인트 올라 6월 중순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VIX 선물은 통상 근월물에 가까울수록 가격이 저렴한데, 반대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 투자자들이 단기 이벤트를 더 우려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2020년 이후 이런 역전이 5번 있었는데, 지난 6월 역전 당시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급락한 바 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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