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 협력키로…"스와프도 포함"
스와프, 외환시장 안정에 효과…당장 필요할 만큼 위기인지는 의문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한미 정상이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Liquidity facilities)를 만드는데 협력하기로 하면서 이런 조치가 한미 통화스와프로 연결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협력 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양국 간 협력 강화에 의미를 두면서도 이날 합의가 한미 통화스와프로 직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양국이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Liquidity facilities)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후 브리핑에서 "유동성 공급장치에는 다양한 게 있다"며 "양국 금융당국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통화스와프도 양국 당국 간 협의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우선 외환시장 협력에 대한 한미 간 협력 강도가 한 단계 격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한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
7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미국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회동 때는 "한미 양국이 필요시 (외화)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 한미 정상 간 회담에선 유동성 공급장치라는 좀 더 구체화된 협력 도구의 모습이 담긴 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있다.
대신 이 표현을 한미 통화스와프로 직결시키기는 어렵다. 해석 여지는 있으나 명시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런 합의가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한 날 나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천명한 이후 원화 약세가 심각해지자 사실상 통화스와프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양국 화폐의 교환 비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상당량의 달러를 싼 가격이 조달할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효용이 입증된 바 있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는 곧 외화 유동성 문제의 해결, 즉 위기의 종료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현 상황에서 오직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게 보는 견해가 더 많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금융위기급 상황에선 신흥국들과 한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원화는 상시 스와프를 체결할 위상에 오르지 못했고, 현 상황은 당장 유동성이 우려되는 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시 스와프를 체결할 여건으로도 보지 않는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이 외화 유동성 측면에서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위험하다면 몇 시간 만이라도 체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미국은 한국이 과연 통화스와프가 필요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냐 반문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21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우방국인 점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가 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다만 지금 당장 미국 연준이 한국과만 추가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옵스펠드 교수의 발언은 그만큼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경호 부총리 역시 이날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뤄지면 대외 건전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과도하게 통화스와프에 관심이 많은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21일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우리 외환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에 또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미국도 중앙은행과 정부와의 역할 분담이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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