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일본, 역사 문제에 거듭 겸허한 자세로 임할 필요"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한일 정상 대화, 정상으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많은 현안이 있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가 마주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대화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거듭해서 만나 책임지고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소송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해결책을 평가하는 상황이 되면 일본 정부는 역사 문제에 거듭 겸허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측의 유연한 대응도 당부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2년 9개월 만이다.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일 정상의 만남을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번 한일 정상 회동을 '비공식 회담'으로 규정하며 '간담'(懇談)이라고 표현한 일본 정부와는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
마이니치는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며 "대일 관계를 경시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 중에는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이 보이지 않는 채로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 그런 목소리를 의식해 (기시다) 총리가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 유감"이라며 한일 정상 간 대화를 거듭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현안이 중첩돼 있기 때문에 (한일) 정상이 무릎을 맞댄 의미는 크다"며 "양국 정부는 정상의 지도력에 기초해 대화를 통해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아사히신문은 총리 주변 인사를 인용해 한국 정부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거듭된 요청이 있었고, 일본 측이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남이 이뤄졌다고 양국 정상 회동의 성사 배경을 설명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측 배석자는 "(윤 대통령은) 단시간에 (회동이) 끝나지 않게 하려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고 했다"고 전했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열심히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일본 측의 한 배석자는 "(역사 갈등 현안 관련) 어떤 성과도 없는 가운데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쪽(일본)은 안 만나도 되는데 만났다. 한국이 일본에 빚을 졌다. 당연히 다음에는 성과나 진전을 가져오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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