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국경 대기줄만 5㎞…튀르키예·우즈벡行 항공표도 매진"
러시아 정부는 "과장 보도" 주장…푸틴, 21일 전격 예비역 동원령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유철종 기자 = 러시아에서 예비역을 대상으로 한 부분 군사 동원령이 선포된 뒤 인접국으로 이어지는 일부 육로 국경검문소에 극심한 혼잡이 벌어지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BBC는 22일 러시아와 남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국경의 베르흐니 라르스 국경검문소에서 5㎞에 이르는 긴 차량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는 현지 목격자들의 전언을 소개했다.
또 다른 목격자들은 BBC에 이날 국경을 통과하는 데 7시간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BBC는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동원소집 대상자들이 이날 대기행렬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현장의 한 통관 대기자는 BBC에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하자마자 여권만 챙겨서 국경으로 향했다"며 "짐도 아무것도 못 챙겼다. (내가) 동원소집 대상 기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지아는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캅카스 지역 인접국이다.
동원령 선포 이후 러시아에서는 동원 소집 회피를 위한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으로도 러시아인들의 동원 회피 행렬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 국경수비대는 23일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외국인(러시아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4개 자동차 통과소에서는 늘어난 자동차와 승객들로 체증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비대는 현재 러·카자흐 국경의 30개 자동차 통과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른 관련 기관들과 함께 국경검문소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측 국경수비대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자흐 상원 의장 마울렌 아쉼바예프는 전날 러시아인들의 대규모 입국 가능성과 관련, "카자흐 정부는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지만, 장기거주허가증(영주권)은 필요한 서류가 구비됐을 경우에만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속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나 체류 기간은 90일로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 1천300㎞를 맞대고 있는 핀란드 역시 국경검문소에 통행량이 늘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튀르키예(터키),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출입국이 가능한 국가로 가는 항공표는 매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탈출 행렬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과장 보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그동안 동원령 발령 가능성을 부인해 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예비역을 대상으로 한 부분 동원령을 전격 발표하고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예비군 약 30만 명이 동원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동원 규모가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은 러시아군이 지난 7개월 동안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심각한 병력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최근까지 자국 전사자가 5천397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지만, 서방에서는 7만∼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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