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불공정행위 엄단 의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최대 10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해 일정 기간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계좌개설, 상장회사에서의 임원 선임 제한 조치 등 제재를 하는 내용을 골자로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금융위는 "다수 투자자에 피해를 주고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고 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형사 사법절차가 확정되기까지 위법 행위자가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일을 차단함과 동시에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우선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규율을 위반한 자를 대상으로 증권,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신규 거래 및 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한 대상 거래에는 지인 명의의 계좌를 활용한 차명거래나 주식 대여·차입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대주 상환을 위한 매수, 이미 보유한 상품의 매도,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간접투자 등의 거래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규율 위반자가 상장사 또는 금융회사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선임을 제한하고,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이면 임원 직위가 상실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원의 범위에는 등기이사, 감사 외에 회장, 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 명칭을 사용해 회사 업무를 집행하는 사실상 임원도 포함된다.
거래 제한 및 임원 선임 제한 기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최대 10년 범위에서 사안 특성을 고려해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이 거래 및 임원 선임 제한 대상자 지정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입법안에 담긴다.
제한 대상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선 제재 예정자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주고, 제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및 재심의 절차를 두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밖에 불공정행위 관련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및 과징금 도입 관련 내용을 담은 현재 계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법안은 불공정거래로 인한 불법 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는 이번 입법안 마련을 위해 미국, 영국, 홍콩,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의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8년 3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50만 달러의 금전 제재와 보유주식 처분명령, 10년간 임원선임 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금융위는 소개했다.
금융위는 "갈수록 다양화하고 복잡해지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적시에 탄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불법 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7∼2021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총 274건이다. 불공정거래 3대 유형 중 미공개정보 이용이 119건(43.4%)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거래가 81건(29.6%), 시세조종이 64건(23.4%)이었다.
이들 사건 혐의자 중 93.6%에게는 과징금 등 행정조치 없이 수사기관 고발·통보 조치만 이뤄졌다. 이는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가 징역, 벌금형 등 형사처벌 위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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