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소극 답변 논란…백악관 "WB 지도부, 기후 글로벌리더 기대"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답변을 했다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가 사퇴 압박을 일축했다.
맬패스 총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사임을 검토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사임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논란 탓에 사임을 요구해 온 세계은행 회원국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
앞서 맬패스 총재는 지난 20일 한 기후변화 관련 행사에서 사람들이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게 빠르고 위험하게 지구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과학자들의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미 정치권 일각과 환경단체는 비난을 쏟아내며 사퇴를 요구했다.
행사에 참석한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맬패스 총재를 기후변화 부정론자(climate denier)로 부르면서 "새 세계은행 수장이 필요하다"고 비판했고, 하원 금융위의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도 우려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추천으로 세계은행 수장이 된 맬패스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추구하는 조 바이든 정부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는 인식이 이러한 비난에 깔린 것이다.
일부 언론은 바이든 정부가 맬패스 퇴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맬패스는 전임 한국계 김용 총재가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정책적 불화 등의 이유로 중도 하차한 뒤 임명됐다. 세계은행 총재는 지분이 가장 많은 미국이 사실상 선임하고 있다.
맬패스 총재는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행사에서 자신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면서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를 야기했다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또 기후변화에 대해 세계은행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아니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맬패스 총재는 논란이 일자 전날 CNN에 출연해 "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아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을 태우는 것이 온실가스를 만든다는 것은 분명하다. 청정에너지를 더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진화를 시도한 바 있다.
그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했어야 했다. 앨 고어 외에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고, 그것은 주제에서 벗어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맬패스 총재의 당초 대응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린 맬패스 총재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세계은행이 기후 대응의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 재무부는 세계은행 지도부에 분명 그런 기대가 있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회원국 다수가 맬패스 총재의 퇴임을 원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엔 "가설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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