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교육원서 경찰이 변호사 아내 살해…에콰도르 '발칵'

입력 2022-09-24 06:28  

경찰교육원서 경찰이 변호사 아내 살해…에콰도르 '발칵'
"다른 경찰관, 피해자 도움 호소 무시"…'젠더 폭력 아웃' 시위 촉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에콰도르에서 현직 경찰관이 변호사인 아내를 숨지게 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인포바에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일 에콰도르 변호사인 마리아 벨렌 베르날(34)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수소문에 나선 경찰은 수도 키토 북부에 있는 경찰교육원에 현직 경찰관인 남편을 만나러 간 베르날의 마지막 행적 기록을 확인했다.
다만, 베르날이 교육원 안으로 들어갔다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다시 밖으로 나왔다는 흔적은 파악되지 않았다. 남편인 헤르만 카세레스의 종적도 묘연한 상태였다.
강력 사건으로 전환해 두 사람 행방을 찾아 나선 경찰은 지난 21일 경찰교육원 인근 카시타과 화산 중턱에서 베르날의 시신을 발견했다. 감식 결과 베르날은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은 남편인 카세레스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교육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건 당시에 피해자의 도움 요청이 주변 경찰관들에 의해 무시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카세레스가 자신의 숙소 안에서 약 20분간 아내를 폭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도와 달라"고 외쳤다는 증언이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가정사에 얽히지 말자'며 누구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현재 에콰도르 지역 사회 곳곳에서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무자비한 젠더 폭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취지의 사회단체 시위도 촉발하고 있다.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트위터에 "깊은 분노를 느끼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책임 있는 모든 사람은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썼다.
베르날의 아버지인 크리스티나 엘레라는 이날 열린 장례식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경찰관이 얽힌 이 사건의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미주인권위원회에 감독을 요청하기로 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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