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국고채 스프레드 확대…"연말까지 관망세"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글로벌 긴축이 강화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한국은행도 내달 0.50%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23일 자산유동화증권(ABS) 제외 회사채 발행액은 2조8천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 규모인 7조3천546억원 대비 61.84%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됐던 2020년 같은 기간(5조9천579)과 비교해도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올해 1월 8조7천709억원을 기록했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6월 7조8천692억원, 7월 6조4천2억원으로 감소하다 지난달에는 5조3천975억원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회사채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순발행액은 지난 1월 3조3천137억원에서 꾸준히 줄어 지난달 6천291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5월과 7월에는 각각 6천111억원, 1조132억원의 순상환액을 기록했다.
이달도 23일까지 회사채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3천62억원 많은 순상환 상태를 보이고 있다.
회사채 만기 상환액이 새로 발행된 금액보다 많다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에 활용할 자금 조달에 새롭게 나서기보다 기존 부채를 갚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가라앉지 않았고,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이 긴축 행보를 강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연초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 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쟁 발언으로 확전 조짐을 보이는 것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회사채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지난 23일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189%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1년 전 같은 날(1.996%)과 비교하면 2.6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같은 날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도 연 11.043%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 이 역시 1년 전 같은 날(8.218%)보다 크게 올랐다.
AA- 등급 금리는 2010년 3월 10일(5.20%), BBB- 등급 금리는 2010년 3월 15일(11.12%) 이후 최고점이다.
아울러 회사채와 국고채 간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금리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국고채와 비교해 회사채의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는 의미로, 투자자들이 접근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23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0.990%포인트로, 1%포인트에 육박했다.
특히 지난 8일 두 채권 간 스프레드는 0.998%포인트로 연중 최대였다. 이는 지난해 3월 5일의 1.014%포인트 이후 최대 수준이기도 하다.
올해 초 0.605%포인트 수준으로 시작한 두 채권 간 스프레드는 지속해서 커지다가 지난 7월 중순 0.9%포인트를 넘겼고, 이후에도 낙차를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3일 "채권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개입에 나섰으나, 금리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시장의 예상대로 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게 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 이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연준으로 인한 시장 충격으로 회사채 발행은 내년까지 미뤄질 것"이라며 "금리 상단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채 조달 금리가 치솟고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수요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 대출로 자금 조달을 다각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심화 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연말까지 채권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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