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서 35명 사망…친정부 맞불집회도(종합)

입력 2022-09-24 21:44   수정 2022-09-26 17:19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서 35명 사망…친정부 맞불집회도(종합)
항의 시위 격화 속 사상자 증가 우려…"한 주에서만 여성 60명 등 739명 체포"



(서울·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김성진 특파원 =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 와중에 3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이들 시위대를 규탄하는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고 로이터 통신·AP 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와 치안 당국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이란 국영 TV는 지난 17일 시위가 발생한 이래 3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공식 사상자 수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또 이란 31개 주 가운데 한 주에서만 지난 일주일 사이 시위 과정에서 700명 넘게 경찰에 체포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북부 길란주(州)의 경찰 책임자인 아지졸라 말레키는 "여성 60명을 포함해 폭도 739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이 24일 전했다.
여성들은 시위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항의의 표현으로 자신들의 히잡을 흔들면서 태우기도 했다. 일부 여성은 성난 군중 속에서 공공연하게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2019년 연료 가격 인상 항의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1천500명이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16일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적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헤란에만 수천 명 가까이 모인 친정부 집회 참가자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쿠란(이슬람 경전)을 위반한 자들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를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칭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 등이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자 "일부 국가들이 이란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서 "이런 외부 세력의 개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친정부 집회가 정부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조직됐다고 주장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친정부 시위가 이슬람 공화국의 힘과 명예를 보여줬다며 이들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24일도 이란이 시위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가의 안보와 평온을 반대하는 자들은 결정적으로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고 국영매체가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란 여성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이란 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23일 마흐무드 알라비 정보부 장관이 '폭도'를 향해 "종교적 가치와 혁명의 위대한 가치를 이기려 드는 꿈은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군은 이번 시위는 "이슬람 정권을 약화하려는 적의 사악한 전략의 일부"라며 안보를 위해 적에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hanju@yna.co.kr,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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