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율규제 우선" vs. 민주당 "온플법 입법 추진"
자사 우대·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 심사지침, 연말까지 제정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오픈마켓과 배달앱 등 플랫폼의 자율규제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대신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로 공정한 플랫폼 거래 질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중개 거래 수수료·광고비 조정, 상품 배열 기준 공개 등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소상공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쟁점이 많아 험로가 예상된다.
25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갑을, 소비자·이용자, 데이터·인공지능(AI),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4개 분과별로 자율규제를 적용할 분야와 내용을 논의 중이다.
이중 공정위가 주로 관심을 두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입점업체·종사자 간 갈등을 다루는 갑을 분과와 소비자·이용자 분과다.
공정위는 작년 1월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 서비스의 거래 조건, 상품 노출 기준 등을 담은 계약서를 입점업체에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구매 강제·경영 간섭·불이익 제공·부당한 손해 전가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해 제재하는 온플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온플법 제정에 앞서 자율규제를 우선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했으나, 민간에만 논의를 맡기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율규제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실효성 있는 합의안이 나오지 못하면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온플법 제정을 압박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온플법을 올해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을 만난 것도 자율규제 성공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자율규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율규제) 논의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민간 자율기구에서 모범계약·약관 마련, 상생 협약, 자율규약, 자율분쟁 조정기구 설치 등이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율규제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율규제와 별개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행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도 연말까지 제정한다.
공정위는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것), 최저가 판매 등 최혜 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에 대한 법 적용 기준을 구체화한 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올해 1월 행정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마무리 보완 작업 중이다.
자율규제 논의기구가 굴러가기 시작했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수긍할 만한 상생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일 열린 갑을 분과 킥오프 회의에서는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입점 계약 관행 개선, 표준계약서 마련, 실태조사 내실화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플랫폼 입점업체·소상공인들은 시장 지배력을 키운 플랫폼 사업자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이익을 독식하고 부당한 거래조건을 강요한다고 비판한다.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수수료·광고비가 주요 수익 모델인 플랫폼 기업에 '통 큰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나친 규제가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플랫폼 내 상품·서비스 노출 기준을 놓고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 투명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영업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자율기구 출범 초반이라 서로 입장을 탐색하는 시기인 것 같다"며 "회의가 한 두 차례 더 열리면 논의가 더 진전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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