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국가 취급한 것' 반발할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동상이 대만에 건립됐다.
25일 일본 민영 방송사 뉴스네트워크인 ANN에 따르면 전날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시에 아베 전 총리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동상은 양복 차림의 오른손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키 높이로 제작됐으며 발밑의 받침석에는 '대만의 영원한 친구'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동상은 뜻있는 이들의 기부로 제작됐다.
근처에는 '대만 힘내라'라는 고인의 친필을 담은 비석도 설치됐다고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생전에 대만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작년 12월 대만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미일) 동맹의 유사이기도 하다",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은 일본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일으킨다"며 중국을 견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27일 예정된 아베 전 총리 국장(國葬)에서 각국 대표가 헌화할 때 해당 국가의 이름을 읽어 장내에 안내하는 이른바 '지명 헌화' 대상에 대만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정식 명칭인 '중화민국' 대신 '대만'으로 읽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이 지명 헌화를 하는 것이 국가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중국은 부총리급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완강(萬鋼) 부주석을 국장에 파견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과거 지명 헌화에서 대만을 어떻게 취급할지를 놓고 정치적 논란이 생긴 적이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2년에 열린 동일본대지진 추도식에서 대만을 지명 헌화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대만을 푸대접한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가 국회에서 사죄했다.
아베 정권이 발족한 후 열린 2013년 추도식에는 대만이 지명 헌화 대상이 되자 중국이 이에 반대하고 추도식에 불참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국장 때 대만 대표의 자리는 각국과 국제기구 사이에 배치하며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대표와 비슷하게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달 22일 발표한 국장 참석자 리스트에서 대만을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규정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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