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카 여사와 SNS서 공방 벌여 공분 사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한 핑크 플로이드 출신의 가수 로저 워터스(79)의 내년 폴란드 공연이 취소됐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터스의 공연을 기획한 폴란드의 '라이브 네이션 폴스카'와 '타우론 아레나 크라쿠프'는 이날 짤막한 성명을 통해 내년에 예정됐던 워터스의 공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워터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SNS상에서 공방을 벌인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달 5일 페이스북에서 젤렌스카 여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사람들을 애도하면서 더 이상의 죽음을 방지하려면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젤렌스카 여사는 다음날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도시를 파괴하고 시민들을 살해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지금 포기하면 내일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워터스는 일주일 뒤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려 러시아와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전쟁은 러시아를 약하게 만들려는 미국이 부추긴 것으로 핵무기 사용 수준으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간섭하고 있는 냄새가 난다"고 적었다.
폴란드 언론에 따르면 워터스가 젤렌스카 여사와 벌인 SNS 논쟁은 폴란드 등에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폴란드 제2의 도시 크라쿠프의 한 정치인은 워터스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NYT는 워터스가 다른 유명인사들과는 달리 본인의 정치적 견해를 강하게 드러내 왔으며, 자신이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깡패 짓'이라고 비판했는데 당시 그가 언급한 '깡패'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핑크 플로이드는 1965년 결성됐다가 1995년 해체된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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