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정부가 개헌을 통해 원주민을 대변하는 헌법 기관 설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개헌 국민투표에 '찬성표'를 호소하는 광고가 시작됐다.
26일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호주 원주민 권리 단체인 울루루 다이얼로그 그룹은 이날 원주민을 위한 헌법 기구 '보이스'(Voice) 설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영상 광고 '역사가 부른다'(Histroy is calling)를 공개했다.
이 광고는 호주 원주민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 백인 남성 등이 아이들에게 보이스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개헌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 것인지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루루 다이얼로그 공동 의장인 팻 앤더슨은 이 광고 캠페인이 호주를 새로운 국가로 건설하는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이 광고를 본 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역사가 부르고 있다"라며 "이에 대답할지는 호주인들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마지막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정권은 임기 내 헌법을 개정해 호주 원주민들을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 계획이다.
호주 정부가 공개한 개헌안은 '애버리지니(Aborigine)와 토러스 해협 섬 주민들을 위한 단체 '보이스'라는 단체를 세워야 한다', '보이스는 애버리지니와 토러스 해협 섬 주민과 관련된 문제에서 이들의 대표가 될 수 있다', '의회는 헌법에 따라 보이스의 구성, 기능, 권한,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권한을 갖는다'는 3가지 문장을 헌법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애버리지니는 호주 대륙의 원주민이고 토러스 해협 제도 주민은 호주 북부와 뉴기니섬 사이에 있는 섬들에 살던 원주민이다.
이들은 영국이 호주를 식민지로 만들기 전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지만, 호주 헌법은 영국이 주인 없는 땅에 나라를 세웠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헌법에서 호주 원주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안이 통과되면 영국이 호주에 들어오기 전부터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는 점을 헌법에서 인정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개헌을 통해 호주 원주민을 인정한 뒤 다음 임기에는 국가 체제를 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는 여전히 영국 왕을 명목상 국가 원수로 삼고 있지만, 원주민들 입장에서 영국 왕은 침략자에 불과하다.
호주에서 개헌하려면 국민 투표에서 5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며 동시에 호주 6개 주 중 4개 주 이상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아야 한다.
1999년에는 국가 체제를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발의됐지만 국민 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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