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3사 '한화에어로' 통합…한화솔루션, 非태양광 사업 분할도
맏아들 김동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로…승계작업 속도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한화그룹이 세계 4위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전격 추진하면서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두 축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그룹 내 방산계열사 3사를 통합하는 인수합병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해 한화솔루션 내 비(非)태양광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등 그룹 역량을 방산과 친환경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 미래 사업의 핵심축인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총괄하는데, 사업재편 본격화와 함께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작업도 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달 단행한 그룹 정기 인사를 전후로 핵심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잇달아 추진 중이다.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인수·합병·분할이 핵심으로,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이 핵심 계열사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먼저 한화그룹은 지난 7월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그룹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 분할된 ㈜한화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그룹 방산 사업을 통합해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회사를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워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한화디펜스는 폴란드와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3조2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레드백' 장갑차 호주 수출까지 가시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한화그룹 방산사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편 그룹의 친환경에너지 사업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이달 23일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
백화점 사업을 담당하는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자동차 경량 소재와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등 첨단소재 부문 일부 사업도 물적분할해 떼어내는 방식이다.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화솔루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한 한화솔루션은 물적분할하는 첨단소재 부문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국 태양광 제조 시설 확대 등 한화솔루션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 역시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을 염두해둔 결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특수선(군함·잠수함)과 상선 부문으로 나뉘는데,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구축함과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 역량을 확보하며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사업과 한화그룹의 기존 LNG 수입·발전사업 간 시너지가 예상되고, 대우조선해양의 풍력발전 사업 역시 한화솔루션과 협업할 수 있는 분야다.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으로 김승연 회장 이후의 그룹 승계구도도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그룹의 핵심사업 두 축의 꼭대기에는 모두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김 부회장이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와 핵심 계열사 2곳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 승계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3년생인 그는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2010년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해 2015년 상무·전무, 2019년 부사장, 2020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사장이 된 지 2년만에 부회장직에 올랐다.
현재 ㈜한화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5%, 김 부회장이 4.44%,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김동선이 각각 1.67%를 보유 중이다.
장남이 그룹의 주력 사업을 물려받는 대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금융 사업을, 삼남 김동선 상무는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맡는 식으로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은 김동관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해 아직 현업에 있는 만큼, 실질적인 경영권 승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kc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