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 의료봉사단, 3년 만에 인도네시아 파푸아 의료봉사 재개
9일 동안 1천891명 진료…"가능할 때까지 봉사 이어갈 계획"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의 조원민 교수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음날 밀렸던 수술 3개를 해야 했다.
그는 매일 수술 속에서 정신없이 생활하는 흉부외과 교수지만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전 세계로 달려간다. 그간 미얀마, 베트남, 리비아 등에서 빈민과 난민들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했고, 지난 3월에는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을 이끌고 폴란드로 날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피난민을 도왔다.
지난 17일부터는 고려대 안산병원 의료 봉사단체인 로제타 홀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울릴린에 다녀왔다.
로제타 홀 의료봉사단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2017년부터 매년 2회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울릴린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봉사활동이 중단됐고, 올해 약 3년 만에 재개했다.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의료 봉사에는 이원의료재단을 비롯한 국내 의료진 30여 명이 함께 하며 파푸아 주민 1천891명에게 흉부외과, 가정의학과, 감염내과, 소화기내과, 산부인과, 치과 등 다양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봉사단장인 조 교수는 지난 2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울릴린 지역으로 가려면 비행기와 차로 30시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해야 하다 보니 봉사 시간이 제한적이었고, 이 때문에 짧은 진료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파푸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단기 봉사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같은 곳에서 장기적으로 의료 봉사를 진행해 현지 주민들에게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을 하고 싶었다"라며 "그러던 중 파푸아주 울릴린 지역을 알게 됐고 지속해서 봉사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해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국경 지역인 울릴린은 5천여 세대가 모여 있지만 의료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다.
봉사단이 처음 이 지역을 찾았을 때는 대다수의 주민이 위생 관념이 부족해 만성 감염 질환과 피부 질환을 갖고 있었고 어린이들은 성장 발달이 저해된 경우가 많았다. 또 주술과 같은 전통적인 치료 방법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봉사단은 주민들을 치료하는 것 외에도 보건·위생 상식을 알려주고 잘못된 관습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는 "그동안 진료 이외에도 주민을 대상으로 보건 교육, 위생 환경 분석 등을 진행했는데 코로나19로 약 3년 동안 찾지 못해 지난 노력이 물거품 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라며 "다행히도 이전보다 주민들의 위생·보건 관념이 현격히 좋아지고 무엇보다 우리 팀에 신뢰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 느껴져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다만 갈수록 주민들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어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현지 봉사를 이어가면서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해 현지 의료진 교육 연수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의대나 약대, 간호대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 의학 지식만 가르치지, 의료인으로 가져야 할 생각이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는 것 같아 학생들과 함께 봉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라며 "우리 봉사단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활동이 가능할 때까지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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