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궤도 변화는 수주 뒤에나 확인 가능…우주선 충돌직전 이미지 전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충돌 코스의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인류 최초의 소행성 방어 실험을 위해 발사된 미국 우주선이 27일(이하 한국시간) 10개월여의 비행 끝에 지구에서 약 1천100만㎞ 떨어진 심우주에서 목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와 정확히 충돌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이날 오전 8시14분 '운동 충격체'(kinetic impactor)가 돼 시속 2만2천㎞(초속 6.1㎞)로 다이모르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말 발사된 DART 우주선은 충돌 4시간 전 약 9만㎞ 밖에서 '스마트(SMART) 항법' 비행체제로 전환하고서 관제팀 지시 없이 카메라에만 의존해 자율비행을 하다 소행성과 충돌했다.
우주선은 충돌 직전 다이모르포스의 이미지를 전송하고 신호가 끊겼다.
NASA는 충돌 1시간 전부터 유튜브 TV 등을 통해 우주선이 전송해오는 점점 더 선명해지는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충돌과정을 생중계했다.
인류가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구방어 전략이 실험실을 떠나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NASA 행성과학 책임자인 로리 글레이즈는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위험한 소행성 충돌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추게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총 3억800만 달러(4천290억원)가 투입된 DART 우주선 충돌로 다이모르포스의 궤도가 실제 바뀌었는지는 앞으로 수주에 걸쳐 지상과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지름 160m 크기의 다이모르포스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780m 크기의 '디디모스'(Didymos)를 11시간55분 주기로 공전하며 쌍소행성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번 충돌로 10분 가량 공전주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DART 우주선의 충돌 이후 상황은 충돌 3분 뒤 충돌 현장 55㎞ 상공을 지나는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샛 '리시아큐브'(LICIACube)가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지난 11일 본선에서 떨어져 나와 DART 우주선을 뒤따라온 리시아큐브는 두 대의 광학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리시아큐브가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전송받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지만, 첫 이미지는 이날 중에 전송받아 공개될 수도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ASA는 또 2년 뒤 유럽우주국(ESA)과 헤라(HERA) 미션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우주선 본선과 큐브샛 두 대를 디디모스와 다이모르포스에 파견해 충돌구 크기와 분출량, 궤도 변화 등을 정밀하게 관측하게 된다.
이런 결과물은 실험실 내 충돌 실험을 통해 마련한 컴퓨터 모델을 개선해 지구 충돌 코스로 다가오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약 6천600만년 전 공룡시대를 마감한 것과 같은 소행성 충돌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주선을 운동충격체로 활용해 충돌 코스의 궤도를 바꿔놓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YNAPHOTO path='AKR20220927020700009_04_i.jpg' id='AKR20220927020700009_0401' title='DART 우주선이 디디모스 쌍소행계에 다가서는 상상도 ' caption='[NASA 제공] '/>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