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대회 앞 우크라戰 고비…러-유럽 사이 새 균형점 찾나

입력 2022-09-28 13:48   수정 2022-09-28 13:57

中 당대회 앞 우크라戰 고비…러-유럽 사이 새 균형점 찾나
초기의 '친러적 중립' 기조, 러 주민투표 실시에 미묘한 변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0월16일 개막)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두 번째 '기로'에 선 양상이다.
첫 번째 기로는 전쟁 개전 20일 전인 2월 4일, 전운이 감돌던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제한 없는 협력'에 뜻을 같이한 것이었다.
이로부터 20일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중국은 줄곧 '중립'을 천명했으나 국제사회는 대러 제재와 비판에 반대하는 중국을 러시아와 '한 편'으로 간주했고 중국과 서방의 관계는 그 이전에 비해 더 껄끄러워졌다.
개전에 앞서 이뤄진 중·러 정상회담과 그 내용이 '중국은 러시아 편'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두 번째 고비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23∼27일)를 실시하면서 다가왔다. 가결로 귀결된 이 결과를 계기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이 주민투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중국의 대서방, 대러 관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됐다.
중국이 당 대회를 맞아 이른바 인류운명공동체론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을 다시 부각하며 집권 연장의 대외적 당위성을 부각하려 할 것으로 보이는 시기에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양상이다.
대만 문제를 '핵심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간주하는 중국으로선 주민투표를 통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지지 또는 용인할 경우 대만 독립을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쟁의 결정적 국면에서 러시아를 '외면'할 경우 미국에 맞서기 위해 그동안 공을 들여온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고민으로 보인다.
이런 고민 속에 최근 중국 외교 양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강조하면서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방향성이다.
중국이 최근 '4개 응당(마땅히 해야 할 바)'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입장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 존중,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준수, 각 측의 합리적 안보 우려 중시, 평화적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에 대한 지지 등이다.
이 입장은 러·우크라 양측을 다 배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개전 직전과 전쟁 초기 중국은 러시아가 개전의 명분으로 거론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과 연결된 '각 측의 합리적 안보 우려 중시' 쪽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보였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외교 당국자의 발언에서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것보다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문제를 거론하는 분량이 단연 많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민투표 카드를 꺼낸 뒤로는 각국 주권과 영토 완전성 존중, 유엔 헌장 취지와 원칙 준수 쪽으로 무게 중심이 미묘하게 이동한 듯한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의 입장은 러·우크라 측을 모두 배려하는 듯하지만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 등 정부의 속내를 반영하는 관영 매체의 최근 중국-우크라 외교장관 회담 보도 양태를 보면 주권과 영토 완전성 존중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또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유엔 총회 계기에 프랑스·영국·독일을 포함한 유럽 10여개 국가의 외교장관 또는 고위 외교·안보 인사와 회담한 것에서 보듯 중국은 유럽과의 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 주석 집권 3기를 열기에 앞서 유럽과의 관계를 최소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가 읽힌다.
결국 주민투표를 계기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극도로 심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서방, 특히 유럽과의 관계 회복과 반미 전략적 동반자인 러시아와의 전략 협력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정은 시 주석 집권 3기 대외정책이 서방과의 대치 심화로 가느냐 마느냐와도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까이는 주민투표와 관련한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논의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태도가 주목된다. 근래 중국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각종 국제 현안을 다루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찰떡 공조'를 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기권을 택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병합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일단 힘이 실린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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