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6%·코스닥 38% 폭락…시가총액 642조 사라져
올해 3년물 금리 238.8bp 뛰고 원/달러 환율 20% 급등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홍유담 김유아 기자 =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달러 초강세로 인해 주가와 금리, 환율이 요동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위기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30% 넘게 급락했다. 채권 금리는 1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고 환율은 올해 20% 치솟았다. 금융시장 안팎에선 우리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국면에 다시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 코스피 36%·코스닥 38% 폭락…시총 642조원 증발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작년에 세운 사상 최고치 대비 1,181.31포인트(35.6%) 하락했다.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작년 6월 25일 장중 3,316.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꾸준히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약세로 돌아선 코스피는 지난달 30일 장중 2,134.77까지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작년 8월 6일 장중 1,062.03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0일 661.65로 400.38포인트(37.7%) 떨어졌다.
올해 우리 증시 등락률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올해 9개월 새 642조3천490억원 증발했다.
코스피 시총은 작년 말 2천203조3천660억원에서 지난달 30일 1천698조4천500억원으로 504조9천160억원이나 사라졌다.
작년 말 446조2천960억원이던 코스닥 시총은 308조8천630억원으로 137조4천330억원 감소했다.
국내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 30일 장중 5만1천800원으로 9개월 새 33.8% 떨어졌고 현대차 주가도 22.5% 하락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급성장한 성장주인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9개월 새 삼성전자 시총은 150조원이 사라졌고 네이버와 카카오 시총도 112조원에서 57조원으로 절반(55조원)이나 줄어들었다.
주가 급락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외국계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6조5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과거 우리 증시가 위기 때마다 고점 대비 절반 정도 하락한 경험을 고려하면 주가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한 해 40.73% 하락했으며 닷컴 거품 붕괴 사태가 빚어진 2000년엔 50.92%나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인상 속에 경기와 기업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증시의 추세적 흐름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에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코스피는 2∼3년간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2,000선을 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치솟는 채권금리…3년물 올해 238.8bp 급등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4.186%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1.798%)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238.8bp 치솟았고, 1년 전보다 무려 259.3bp 뛰었다.
지난달 26일에는 3년물 금리가 연 4.548%로 2009년 10월 26일(4.62%)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2011년 7월 8일(4.34%) 이후 최고치인 연 4.335%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신용등급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4.530%)과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11.382%) 역시 나란히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2010년 1월 6일(5.54%), 2010년 2월 22일(11.40%) 이후 최고치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3년물 채권금리 상승 폭은 역대 최대"라며 "최근 10년간 3년물 기준 연간 평균으로 매년 20∼80bp 정도 오르내리던 금리가 올해 155bp 넘게 뛰는 등 이례적으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채권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과 유통도 차질을 빚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 자금조달의 창구가 막히고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은 물가 상승세 속에 정책 전환 기대감 차단을 위해 이달에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며 "국내외 긴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국내 채권 시장 안정을 제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폭주하는 원/달러 환율…"1,500원 돌파는 시간문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1,430.2원으로 연초보다 20.0% 올랐다.
지난해 10월 12일 1,2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00원 선에 진입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으나 1,400원 선을 넘어서는 데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원화 가치 절하 폭은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유독 크다.
연초와 비교한 달러 대비 환율 상승률을 보면 중국 위안화와 유로는 각각 11.5%, 14.9%로 원화보다 낮았다.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 상승으로 국내 물가를 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환율이 20% 오른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1.20%포인트 높아졌다는 뜻이다.
외환 당국은 지난 2분기(4∼6월) 외환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인 154억900만달러를 순매도했지만 환율 상승 흐름을 바꾸기에 역부족이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화가 위안화의 하락세에 연동된 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미국, 유럽 등 국가의 경기가 긍정적이지 않아 원화의 평가 절하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은 1,5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digo@yna.co.kr, ydhong@yna.co.kr,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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