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치안 시스템 사실상 붕괴…의료 시스템도 마비 조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갱단의 심각한 폭력 행위로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 외교당국은 아이티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교민들에게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이웃 나라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아이티를 겸임국으로 둔 주도미니카 한국대사관은 28일(현지시간) "아이티의 사회 혼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아이티에 거주 중인 교민께서는 상황이 진전될 때까지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아이티와 가까운 이웃 나라로 철수해 달라"고 밝혔다.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대사관 영사(+1-809-383-9091)에게 연락할 것도 요청했다.
아이티는 광범위한 연료난으로 은행 업무나 송금, 응급 의료, 인터넷·통신, 교통수단 등 필수적인 서비스가 제한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 연료비 인상 방침에 대한 시민 반발 이후 무장 갱단이 연일 거리로 나와 소요 사태를 일으키고 있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갱단들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요 연료 운송 창고 앞에 구덩이를 파 놓거나 입구 쪽에 있던 대형 컨테이너를 무질서하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출입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적인 전력 부족 가능성이 더 커지는 등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주민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만큼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간 자체적으로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던 의료기관의 경우도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아동기금(UNISEF·유니세프)은 최근 성명에서 "병원들이 신규 환자를 수용할 수 없고, 아예 폐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무균 환경을 만들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저온유통(콜드체인) 설비를 가동하지 못해 백신도 보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이티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병원은 전체 75%에 이르는 것으로 유니세프는 추산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전날 "향후 4주간 필수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 5세 미만 영유아는 5만 명에 달한다는 게 유니세프의 설명"이라며 이 중에는 신생아 2만 8천여 명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국제기구에서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위해 협력하고 있으나, 당장 전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당국과 함께 의료물품을 공급하는 한편 주요 공공병원 응급의료 서비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통신 시스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이티 최대업체 '디지셀'의 마르텐 부테 대표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보유한 안테나의 약 30% 정도가 연료 부족으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썼다.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아이티에서는 정치·사회 혼란을 틈타 갱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이 희생되거나, 납치·성폭행 등 강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곳곳에서 상점 약탈도 이어지고 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