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정상, 국교정상화 50주년에 축전 교환…'경축' 표현은 없어
일본 정부, 11월 G20 정상회의 계기 중일 정상회담 개최 검토
(베이징·도쿄=연합뉴스) 조준형 박성진 특파원 = 중국과 일본 정상이 양국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한 29일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를 담은 축전을 교환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로 치열하게 갈등하고 있는 현재 중·일관계를 반영하듯 직접적인 경축 메시지는 양측 다 표명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와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중일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함께 양측의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삼아 시대의 조류와 대세에 순응하며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중일 관계를 구축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축전에서 "일중 양국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큰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며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각하(시 주석)와 함께 양국뿐 아니라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반세기 양국 관계에 대해 시 주석은 "50년 전 오늘, 중국과 일본의 선배 지도자들은 시기와 형세를 잘 살피고, 멀리 내다보며, 중일 국교정상화의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50년 동안 양국 정부와 인민의 공동 노력으로 양측은 4개의 정치 문서와 일련의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으며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끊임없이 심화돼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중요한 혜택을 가져다주었고 지역, 나아가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50년 전 일중 양국 지도자들은 전략적 사고와 정치적 용기로 일중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후 일중 양국은 경제·문화·인적 왕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착실히 관계를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중 관계는 여러 가능성과 함께 수많은 과제와 현안에도 직면해 있다"며 "50년 전 양국 수교정상화를 이뤄낸 원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함께 일중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서로 축전을 주고받았다.
리 총리는 "중국은 일본과 함께 평화롭고 우호적인 공존,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 유지, 다양한 분야의 교류 및 협력 심화, 갈등 및 이견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계속 중일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도록 추동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1972년 9월 29일 저우언라이(1898∼1976) 당시 중국 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1918∼1993) 당시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이 '항구적 평화 우호 관계를 확립한다'는 취지의 중일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했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는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중심으로 설립된 위원회가 기념 행사를 열었다.
행사 주최 측은 기시다 총리를 초대했지만 불참했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행사에서는 양국 참석자가 각국 정상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일본 측에서는 하야시 외무상 이외에도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이, 중국 측에서는 쿵쉬안유 주일중국대사가 참석했다.
이날 양측 지도자들이 교환한 축전과, 축전 내용을 소개한 발표문에 '경축'과 같은 표현이 없었던 것은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한중수교 30주년때 시 주석의 메시지를 소개한 중국 측 발표는 "시진핑 주석이 윤석열 대통령과 상호 축하 서한을 보내 양국 수교 30주년을 경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중일 수교 50주년 관련 중국 측 발표는 "시진핑 주석이 중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서로 축전을 보냈다"고만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의 축전에도 50주년을 축하한다는 직접적 표현은 없었다.
양국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과 대만 문제 등으로 올해 들어서도 지속해서 대립했다. 코로나19 유행과 미중 갈등의 영향 등으로 중일 정상의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3년가량 열리지 않고 있다.
현재 11월 동남아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 계기에 양국 간 대면 정상회담이 열릴지 관심을 모은다.
기시다 총리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지난 22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대화에는 항상 열려 있다"며 "구체적인 대화에 대해 양국이 확실히 생각해 조정해나가고 싶다"며 시 주석과 대화 의지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시 주석이 다음 달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에 맞춰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