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외교·안보관계 확대…기후대응·개발원조 등에 1조여원 지원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태평양 도서국과 정상회의를 열고, 별도의 태평양 전략을 내놓았다.
중국과 심상치 않은 밀착 움직임을 보이는 일부 국가를 포함해 태평양 섬나라들을 달래고 마음을 돌려놓기 위한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서 "오늘날 태평양과 태평양도서국의 안보는 매우 핵심적"이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을 포함해 세계의 안보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층 효과적으로 동맹간 공조를 조율하기 위해 오늘 역사적인 회의를 개최한다"며 "오늘 발족하는 태평양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간 외교·안보 차원에서 태평양도서국에 상대적으로 큰 무게를 싣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통치를 받았고 여전히 경제적으로 의존적 관계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이들 국가를 향해 중국이 노골적인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고, 실제 솔로몬 제도 등 일부국이 이에 호응하며 이들 지역에 대한 전략적 관리 필요성이 대두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4월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한 바 있고, 중국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피지에서 10개 도서국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태평양 전략은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조치다.
사실상 최초로 태평양 도서국에 한정해 만들어진 전략에서 미국은 이들 나라와 외교·안보 관계를 강화하고 8억1천만달러(약 1조1천600억원) 상당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태평양의 미래가 지리적으로 미국의 미래와 연결됐음을 인식한다. 미국의 번영과 안보는 태평양 지역이 자유로우며 개방된 상태로 남아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략의 목표는 크게 4가지로 ▲ 미국·태평양도서국 관계 강화 ▲ 태평양도서국과 국제사회 관계 강화 ▲ 기후위기 등 21세기 과제를 해결할 역량 강화 ▲ 도서국의 자율권 확대와 번영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미국은 뉴질랜드 자치령으로 간주했던 쿡제도와 니우에를 주권국으로 인정하고 태평양 지역의 미국대사관을 기존 6개에서 9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어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3개국과 외교관계를 규정한 자유연합협정(CFA) 갱신 협상을 연내 타결할 방침이다.
또 미국 어선의 조업을 허용하는 남태평양 참치 협정에 따라 도서국에 10년간 6억 달러 규모의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지구 온난화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섬나라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1억3천만 달러를 지원한다. 4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도 장려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서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역 투자 대화를 시작하고, 해안경비대를 통해 도서국의 해양 안보 역량 강화 훈련도 지원한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